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에게 최대 과징금 약 8500억 원을 부과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앱마켓인 구글플레이스토어를 통해 국내외 게임사들에게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한 혐의다. 이르면 이달 중 대미투자 프로젝트 발표를 앞둔 상태에서 공정위가 쿠팡에 이어 구글에 대한 제재까지 착수하면서 한미 양국 협상에 변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는 1일 구글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피심인에게 송부하고 심의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심사보고서는 위법 행위 사실과 공정위 심사관의 제재 의견이 담긴 문서로 형사소송의 공소장 격에 해당한다. 피심인은 미국 구글, 한국 구글코리아, 싱가포르 구글 아시아퍼시픽 등 3개 법인이다.
구글은 2019년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6년 9개월 동안 넥슨, 엔씨소프트 등 국내외 게임사 22곳과 일명 ‘구글 벨로시티 프로그램(Google Velocity Program·GVP)’ 계약을 체결한 혐의를 받는다. 구글 내부에서 ‘프로젝트 허그’라고도 불린 이 계약은 게임 회사가 앱 내 기능·혜택·출시 시기 등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가장 유리하게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그 대가로 구글은 게임 회사들에게 구글 클라우드·구글 애즈·유튜브 등 자사 플랫폼 서비스 이용 비용을 지원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공정위는 GVP 계약에 포함된 ‘최혜대우’ 조건이 핵심적인 경쟁 제한 요소라고 판단했다. 구글이 게임사에 비용을 지원하는 행위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경쟁 앱마켓보다 우대하거나 최소한 동등하게 취급하도록 요구하면서 게임사의 경쟁 앱마켓 진출을 막았다는 것이다.
특히 구글이 원스토어 등 경쟁 앱마켓의 사업 활동을 방해하고 게임사의 자체 앱마켓 진출 시도까지 차단하는 등 사실상 독점적 거래를 강제했다고 판단했다. 원스토어는 국내 통신3사와 네이버가 연합해 출시한 앱마켓이다. 실제 조사 기간 국내 안드로이드 앱마켓 시장에서 구글 플레이스토어 점유율은 대체로 80% 이상을 유지했다. 구글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관련 매출액은 약 92억 1777만 달러(약 14조 1600억 원)로 산정됐다.
공정위는 이를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중에서도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라고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다. 또 3년 전 구글이 이미 공정위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는 만큼 과징금을 가중해달라는 의견도 냈다. 앞서 구글은 원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지 말라는 조건을 달고 게임사들에 각종 혜택을 제공했다가 시정명령과 과징금 421억 원을 부과받았다. 이번 사건으로 구글에 최대로 부과될 수 있는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6%인 8496억 원이다.
공정위는 구글 제재가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쿠팡 등 자사 기업의 공정위 제재에 대해 차별대우라고 반발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공정거래법 원칙에 따라 심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정희은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미 미국에서 동일한 사안을 둘러싼 반독점 민사소송이 진행돼 판결이 확정된 사안”이라며 “미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특별히 고려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전세계 경쟁당국 중 구글의 ‘최혜대우’ 계약 행위에 대해 가장 처음으로 행정 제재를 개시하게 됐다.
구글은 심사보고서를 받은 날부터 8주 안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공정위는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원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과징금 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다. 구글 관계자는 “구글플레이는 타 앱 마켓들과 공정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앞으로 진행될 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법 위반 행위가 없었음을 소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들어 주요 사건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밀가루 담합(6710억 원), 설탕 담합(3960억 원), 제지 담합(3383억 원) 등 주요 담합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만 1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조만간 전분당·국고채 담합 사건에 대한 전원회의 제재 결과가 나오면 총액은 2조 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