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면서 은행권 전세대출 증가세가 꺾였다. 전세 공급 감소에 따른 전셋값 상승과 고금리,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이 맞물리면서 신규 전세대출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세대출 잔액은 올해 6월 말 121조 1849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의 122조 6498억 원보다 1조 4649억 원 감소한 수치다.
전세대출은 저금리 기조와 정책금융 확대 등에 힘입어 수년간 증가세를 이어온 대표적인 실수요 대출이다. 기존 차주의 만기 연장 비중이 높아 잔액이 쉽게 줄지 않는 상품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에도 전년 말(119조 5060억 원)보다 잔액이 늘어난 바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올 들어 신규 전세대출 수요가 둔화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가계대출은 당국의 관리에도 불구하고 증가세를 이어갔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올 6월 말 774조 4964억 원으로 전년 말의 767조 6781억 원보다 6조 8183억 원 늘었다. 전체 가계대출과 비교했을 때도 전세대출 위축이 드러나는 셈이다.
은행권은 전세대출 감소의 원인으로 ‘전세의 월세화’를 꼽는다. 한 시중은행 개인그룹 담당 임원은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서 전반적으로 신규 전세대출 실행 건수가 감소하는 추세”라며 “타행도 비슷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 보증금을 낮추고 일부 월세를 받는 반전세 계약도 함께 늘고 있다”며 “전세 가격 상승에 따른 대출 잔액 증가 효과는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누적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68.6%로 전년 동기보다 7.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서울 월세 비중은 69.9%까지 높아졌다.
전세 가격 상승은 월세화를 부추기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전월 대비 1.43% 올라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국 전세 상승률은 0.58%였다. 공급이 줄어 전셋값은 오르지만 과거 저금리 시기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까지 겹치면서 세입자의 초기 자금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거액의 전세대출을 받아 전세를 구하기보다 월세나 반전세를 선택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진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