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피지컬 인공지능(AI) 산업에서 중국을 따라잡기 위한 총력전을 동시 예고했다. 제조업 강국인 한일 양국이 차세대 로봇을 국가 명운이 걸린 미래 먹거리로 보고 대규모 민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다. 중국도 이에 질세라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어 피지컬 AI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일 정부는 6월 중 내놓은 첨단기술 국가 전략에서 피지컬 AI를 최우선 주력 분야 중 하나로 낙점했다. 한국은 29일 ‘3대 메가 프로젝트’를, 일본은 24일 ‘전략 17 분야’를 발표했다.
눈에 띄는 점은 양국이 제시한 글로벌 점유율 목표치다. 한국은 휴머노이드 로봇 20%, 일본은 휴머노이드를 포함해 AI 로봇 3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양국 모두 중국에 비해 뒤처진 로봇 양산 체제를 빠르게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은 제조업 경쟁력 사수를 위해 2040년까지 피지컬 AI 분야에 민관 합동 총 10조 5000억 엔(약 100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다카이치 내각은 보고서를 통해 “AI 로봇 분야에서는 세계 시장의 급격한 확대에 대응해 공급 능력을 강화하겠다”면서 “미국·중국에 이어 3축으로서 세계 점유율 30% 이상을 확보함으로써 2040년 20조 엔 규모의 시장 확보를 목표로 한다”고 명시했다.
한국과 일본은 로봇 생산 규모 확대와 함께 기술 개발에도 역점을 둔다. AI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상용화하는 등 피지컬 AI 풀스택을 완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내수시장 형성을 위한 선제적 공공 구매에도 나설 방침이다. 재난 대응, 국방 등 영역은 양국이 모두 로봇을 도입할 영역으로 꼽혔다.
양국 전략 간 차별점도 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로봇 3대 부품인 액추에이터·로봇손·센서 전용 연구개발(R&D)에 집중한다. 소재·부품·장비 생태계가 강한 일본은 로봇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데 필요한 아날로그 반도체 산업 지원에 힘을 주기로 했다.
로봇 업계 관계자는 “한일 양국은 제조업 강국이면서도 숙련 노동자 부족 문제를 떠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피지컬 AI는 제조업을 혁신하는 동시에 인구 고령화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인 만큼 두 국가 모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관건은 실행 속도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선점한 중국이 대량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이를 추격할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 전망치를 연초 1만 4000대에서 5만 대로 상향했다.
일각에서는 한일 협력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KOTRA는 29일 발간한 ‘앞으로의 5년, 한-일 휴머노이드 공급망 구축의 골든타임’ 보고서에서 “일본의 정밀 로봇 하드웨어 프레임에 한국의 비전 AI, 고정밀 3D 매핑 알고리즘을 탑재하는 공동 비즈니스 모델 창출이 양국 협력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AI 등 인지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한국과 하드웨어에 능한 일본이 윈윈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