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가 2035년까지 10년간 총 55GW(기가와트) 규모의 해상풍력 사업자 입찰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중장기 입찰 물량을 미리 제시해 사업자들의 투자 불확실성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기후부는 30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해상풍력 업계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해상풍력 중장기 입찰 이행안’을 공개했다.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 치 입찰 물량이 연도별로 4~7GW씩 상세히 명시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부터는 현행 제도인 고정가격 경쟁입찰 제도로 입찰하되 2029년부터는 해상풍력 특별법에 의거한 계획입지(발전지구) 경쟁입찰 제도를 병행한다.
기후부는 당장 올해 상반기 입찰 물량 1.8GW에 더해 하반기까지 누적 4GW를 입찰할 계획이다. 이후 입찰물량은 2029년과 2031년에는 7GW로 정점을 찍은 뒤 2035년쯤에는 다시 4GW로 줄어든다. 매년 대형 원전 4기 분량의 해상풍력 발전소가 발주된다는 이야기다. 이는 영국, 독일, 네덜란드와 같은 해상풍력 선진국과 비슷한 입찰 물량이다.
당초 1~3년 치 입찰 물량만 일부 공고해 오던 정부가 중장기 입찰 로드맵을 명시한 것은 풍력 측정부터 인허가, 금융 조달, 시공 등의 과정을 거치는데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 해상풍력 발전 사업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다. 당장 터빈, 모노파일(기둥), 블레이드(날개) 등 해상풍력 핵심 기자재 업체들부터 최소 10년 치 시장이 확정돼있지 않으면 설비 투자에 나서기 쉽지 않은 구조다. 사업을 진행하려면 대상지 인근 항만에 대규모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 데다 설치용 선박도 빌려야 하는데 계약 물량이 상당 수준 확보되지 않으면 선뜻 자본을 투입하기 어렵다.
이에 업계에서는 일단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풍력산업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업계는 단년도 입찰 공고만으로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속 건의해왔다”며 “해상풍력 선도국에 준하는 수준의 장기적 정책 신호가 제시된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연간 최소 입찰 물량을 4GW로 맞춘 것은 해상풍력 보급 인프라와 관계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2035년까지 누적 해상풍력 발전 설비를 25GW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2030년까지 연간 해상풍력 보급 능력을 4GW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상풍력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전용 항만과 설치선을 확보하는데 수년이 걸리는 탓에 목표 시점을 2030년으로 정한 것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입찰에 선정되고 나면 사업자들이 각종 인허가를 받고 주민과 협의하는데 3~4년이 소요된다”며 “올해 입찰 될 4GW의 물량은 2030년께 확충된 인프라를 통해 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양수산부 역시 중장기 수요가 확정된 만큼 전용 부두 건설에 속도를 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입찰 물량뿐 아니라 계약 단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후부는 1㎾h(킬로와트시) 당 해상풍력 발전 단가를 2030년 250원, 2035년 150원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정도 가격이 돼야 한국전력공사가 전기를 손해 보지 않고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할 경우 1㎾h(킬로와트시) 당 190원까지 단가를 낮출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쉽지 않은 과제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발전 단가를 떨어트리고 싶다면 이 역시도 지금보단 구체적인 계획을 내야 한다”며 “무조건 특정 가격을 제시하기보다 시나리오별로 여러 가격을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또 이날 간담회에서는 해상풍력 발전소들이 접속할 지상 전력망을 적시에 확보해 달라는 요청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