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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9개월째 ‘두집 살림’ 기후부

29.06.2026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6동 로비에서 마주친 한 기후부 공무원은 두꺼운 보고 자료를 들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급히 보고 일정이 잡혀 사무실이 있는 정부세종청사 13동 건물에서 뜀박질로 오느라 정신이 없다는 그였다. 기후부가 출범한 지 9개월이 지났음에도 기후부 조직으로 편입된 에너지실 공무원들이 여전히 산업통상부 건물에서 근무를 하는 탓에 발생하는 일이다.

정부세종청사의 전체적인 입면은 한쪽이 열린 고리 형태다. 동쪽 끄트머리의 1동에 국무총리실을 시작으로 17동까지 중앙 부처들이 입주해 있다. 기후부의 6동, 산업부의 13동을 이으면 고리의 지름에 가깝다. 두 부처는 차로 이동하기에는 퍽 가깝고 걸어가자면 그늘 하나 없는 보도를 15분가량 주파해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이 사이를 걸어가는 일은 상당한 고역이 되고 있다.

몸이 떨어져 있으니 쉽사리 원팀이 되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한 산업부 공무원은 “아직도 친했던 에너지실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퇴근길도 함께한다”며 “부처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반면 6동에서 일하는 기후부 공무원은 “오며가며 인사라도 해야 친해질 텐데 아직도 전입 온 분들이 낯설다”고 전했다. 두 조직 간 ‘화학적 융합’을 위해 상호 파견된 실무진은 “부처를 바꾼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할 정도다.

3개 분기가 지나도록 이사를 하지 못한 표면적 이유는 부처 간 연쇄 이사다. 부산으로 떠난 해양수산부 자리에 기획예산처가 입주해야 하고 기후부와 건물을 공유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기획처가 쓰던 자리로 들어갈 예정이다. 그 후에 에너지실이 행복청 자리로 가는 식이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지난해 말 진즉 끝났지만 그다음 단계부터는 전혀 진척이 없다. 올해 초만 해도 늦어도 상반기 중 에너지실이 이사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이제는 9월 중에 마무리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상황에 따라 기후부 출범 1주년인 10월 1일 까지도 두 집 살림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 고위공직자는 “공무원은 명령이 떨어지면 당장 다음 날이라도 사무실을 옮긴다”며 “물리적 결합 없이 화학적 결합까지 기대하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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