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유통가의 외국인 매출 성장세가 서울 핵심 상권을 앞지르고 있다. 부산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여행지로 떠오르면서 백화점부터 마트, 편의점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전 유통 채널에서 외국인 매출이 가파르게 뛰고 있다. 업계는 부산 지역 외국인 매출의 확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특화 매장을 꾸리는 등 외국인 고객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올 들어 5월까지 부산 본점의 외국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5% 늘었다. 전국 점포 평균 증가율(110%)을 웃도는 수치로, 서울 본점(130%)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부산 본점은 롯데백화점 비수도권 점포 가운데 유일하게 연 매출 1조원을 넘긴 점포다.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동부산점은 같은 기간 외국인 매출 증가율이 150%에 달해 백화점 본점 실적을 뛰어넘었다. 영남권 최대 관광지인 오시리아 관광단지 안에 자리한 이 쇼핑 거점은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소비 증가에 힘입어 매출이 역대 최고치인 8000억원에 이르기도 했다.
부산 최대 백화점인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의 외국인 매출은 같은 기간 226% 급등했다. 신세계백화점 전국 평균(137%)은 물론 서울 명동 본점(210%)의 외국인 매출 증가율도 넘어섰다. 센텀시티점의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 연간 51% 늘었지만 올 들어 그 기세가 한층 가팔라졌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전국 매장 중 외국인 특수가 집중되는 곳은 사실상 서울 본점과 강남점, 부산 센텀시티점 세 곳”이라며 “센텀시티점이 전체 외국인 매출의 20~30%를 담당하는 구조인 만큼 최근의 외국인 매출 상승세가 백화점 전체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편의점도 부산 지역 점포의 외국인 매출 강세가 눈에 띈다. GS25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부산 지역 점포의 누적 외국인 간편결제 매출은 128.3% 증가했다. 전국 평균(78.0%)은 물론 서울 지역 외국인 매출 증가율(99.0%)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대형마트 역시 부산에서 외국인 수혜를 누리고 있다. 이달 22일까지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광복점의 외국인 매출 증가율은 11.6%로, 롯데마트 외국인 특화점 10곳 평균(4.3%)을 큰 폭으로 앞질렀다. 제타플렉스 광복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도 2023년 10%에서 현재 17%로 높아졌다.
부산 유통가의 외국인 특수는 이 지역을 찾는 방문객이 빠른 속도로 불어난 데 따른 것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이동통신 데이터를 토대로 집계한 외국인 방문 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외국인의 부산 방문 횟수는 725만 회로 전년 대비 44.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2163만 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증가율은 서울(27.3%)을 훨씬 웃돈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여러 차례 재방문하는 사례가 늘면서 수도권 외 지역을 찾는 수요가 확대된 데다, 부산 크루즈 기항 횟수도 증가한 영향이다.
이에 외국인들이 부산 유통 매장에서 지출하는 금액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산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이 백화점·마트 등 유통 점포에서 사용한 카드 소비액은 2852억원으로, 전체 부산 외국인 카드 소비의 36.5%를 차지해 전체 업종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기록했다.
업계의 부산 공략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GS25는 외국인 선호도가 높은 K푸드와 기념품을 한자리에 모은 K스테이션 매대를 부산 중심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전국 91개 매장에 설치된 K스테이션을 연내 200개로 늘린다는 목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2월 서울 본점에서 선보인 외국인 전용 멤버십을 이달부터 부산 본점에서도 발급하기 시작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국내 내수 시장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접어든 상황에서 외국인 매출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며 “서울뿐 아니라 부산·제주·경주·강릉 등 외국인 수요가 확대될 수 있는 지역의 마케팅과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