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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간첩이지?” 하루아침에 간첩 몰린 공무원…유우성씨는 이렇게 말했다

28.06.2026

“저는 간첩이 아닙니다. 그냥 지극히 평범한 사람입니다. 대한민국에 민주주의를 찾아서, 저의 작은 꿈을 찾아서 온 한 사람입니다.” (2014년 3월 12일 유우성 씨 발언 중 일부)

“유우성.” 그 이름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검찰 개혁에 속도가 붙으면서 검찰의 공소권 남용 피해자인 유우성(46) 씨 이름이 다시 오르내리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 씨는 검찰로부터 보복 기소까지 당한 ‘사법 피해자’이다. 이제야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유 씨는 서울 구로구 소재 식당 ‘여기밥상’에서 지역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일을 하고 있다. ‘여기 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으로서 이주민, 한부모 등 취약계층을 돕고 있는 유 씨를 만나 근황을 들어봤다.

사건 당시를 떠올리기만 해도 힘들다는 그가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명료했다. “저 같은 사례가 또 나와선 안 되니까요. 재발 방지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겁니다.”

화교 출신 탈북민인 유 씨는 2011년부터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다 2013년 국내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국정원이 동생 유가려 씨를 불법 구금해 거짓 자백을 받아내고 사진·서류 증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유 씨는 2021년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조작된 증거, 찍혀버린 낙인

유 씨 앞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여럿 붙는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은 재판 도중에 증거 조작 사실이 밝혀진 최초 사례이다. 당시 검찰은 유 씨가 간첩 혐의를 벗자 과거 불기소 처분했던 별건 혐의를 다시 꺼내 기소했는데, 이를 두고 대법원은 검찰권 남용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유 씨를 보복 기소한 혐의를 받았던 안동완 검사는 헌정사상 최초로 검사 신분으로 탄핵 소추됐다.

그럼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관계자들로부터 사과 한마디 듣지 못한 유 씨는 매 순간 간첩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며 살아왔다. 유 씨를 비롯한 수많은 조작간첩 피해자들은 무죄를 선고받고도 아무런 보상도, 보호 조치도 받지 못했다. “피해자는 피해자로만 남는다”는 말이 그의 가슴에 내려앉았다.

평범한 사람을 간첩으로 내몬 이들은 책임지지 않았다. 되레 잘 나갔다. 과거 유 씨를 간첩으로 만든 국정원 수사관들은 5000만 원가량의 포상금을 받았다. 유 씨 간첩 조작 사건 담당 검사였던 이시원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 시절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을 맡았다. 유 씨는 “증거를 조작해서 간첩을 만들어낸 이들이 중책을 맡으며 승승장구하니 유사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간첩 조작이란 국가 폭력에 가담한 인물들을 처벌할 방법은 없다.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서다. 유 씨는 “시민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법무부 홈페이지 등에 간첩 조작 사건 개요가 기록돼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검사가 기소했는지, 증거는 누가 어떻게 수집했는지, 피해자가 무죄를 받은 이유는 뭔지 등 판결 내용이 공공연히 알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관계자 이름 석 자가 공식 창구에 기록되면 자정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조작 수사·기소를 막기 위해서라도 검찰 개혁의 ‘수사·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 씨는 “사건 당시 수사 기관에서 기소까지 하다보니 증거가 충분히 검증되지 못했다”며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면 ‘표적 수사’와 ‘봐주기 기소’ 등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 사업하다 간첩 몰렸지만…또다시 “이웃 돕겠다”

현재 유 씨가 몸담고 있는 ‘여기 사회적협동조합’은 이주민 및 사회적 취약계층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곳이다. ‘앞으로 복지 사업은 절대 안 해야겠다’고 다짐했던 그였다. 2013년 한 동아리에서 한국 학생과 탈북민 학생 대상 장학 사업을 하다 간첩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당시 유 씨는 30여 명의 학생들로부터 받은 장학금 신청서를 갖고 있었다는 이유로 간첩 혐의를 받게 됐다.

그의 다짐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국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이주민들과 배곯는 이웃들이 눈에 밟혔다. 동시에 과거 남한 땅을 밟은 유 씨를 도와줬던 이웃들이 떠올랐다. 2020년 ‘여기’ 이사장인 김찬선 신부로부터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은 유 씨는 6년째 △무료 급식 사업 △한글학교 △이주민 자녀 장학 사업 등을 총괄하고 있다.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가정폭력 등을 겪는 이주민들과 변호사를 연결해주기도 한다.

“국가폭력 가해자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들은 늘 낙인과 물음표를 달고 살아가요. 무죄 판결문을 들고 다니면서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판국이죠.”

조작간첩 피해자들은 무죄를 선고받고도 “간첩 맞지 않냐”는 말을 이따금 듣는다. 끝없는 증명과 해명의 굴레에 허덕인다. 유 씨는 “한 사람의 인생을 무너뜨린 국가는 한 번도 조작간첩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며 “피해자들이 생각하는 재발 방지책과 사후 조치가 뭔지 경청해 달라”고 말했다.

“저는 간첩이 아닙니다. 하루하루 평범하게 살고 있는 한 시민입니다.” 십수년간 변치 않는 유 씨의 외침이다.

실화 기반 영화, 드라마, 책 등 콘텐츠 속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다양한 작품 속 실제 인물들을 ‘리캐스트’하여 작품에는 미처 담기지 못한 삶과 사회의 면면을 기록하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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