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에 한국 반도체 산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한국의 특성화 고등학교를 글로벌 공급망 인재의 산실로 지목하며 집중 조명했다.
NYT는 26일(현지시간) 충북 음성군 충북반도체고등학교의 교육 현장을 전하면서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 반도체 대기업들이 안정적인 제조 인력을 선점하기 위해 고등 교육 단계부터 전방위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고 소개했다.
2010년 반도체장비 분야 마이스터고로 지정된 이 학교는 국내 4개 반도체 마이스터고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졌다. 전교생 300명 규모로 기숙사와 반도체 설비 모의 실습시설 6곳을 갖추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을 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대 실적을 올리면서 이 학교의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최근 1년간 입학 문의는 3배 이상 늘었고 중국 국영방송을 비롯한 해외 취재진과 교육계 인사들의 방문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서운석 교장은 NYT에 “우리 학교가 현재 한국에서 가장 핫한 학교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NYT는 두 회사의 대규모 성과급 지급 사례를 들어, 고졸 채용의 대표 관문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입사가 한국에서 ‘복권 당첨’에 비유될 만큼 바늘구멍 경쟁이라고 전했다.
이 학교에서도 매년 1학년 성적 우수자 20명이 장학금이 걸린 인턴십에 발탁되며 나머지 학생들 역시 대기업 채용 시험을 앞두고 한 달간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강도 높은 대비 과정을 거친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졸업 후 대기업에 자리 잡은 선배가 수억원대 성과급을 손에 쥐고 모교를 찾는 모습은 재학생에게 더없는 동기부여가 된다. 다만 서 교장은 “입사 1년 차 제자의 성과급이 교사의 한 해 연봉을 웃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교사들 사이에서 묘한 감정이 오가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NYT는 화려한 호황의 이면에 드리운 장기 고용 전망의 불확실성도 짚었다. 한국 정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세계 최대 규모 허브로 키워 수만 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현 가능성을 두고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고 매체는 소개했다. 반도체 제조업이 노동집약이 아닌 자본집약 산업인 데다 공정 자동화까지 빨라지면서, 전체 고용 규모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런 고용 위축은 협력업체 생태계의 말단에서 먼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전자 장비유지보수 협력사 엑스티의 한 관계자는 NYT에 “올올해 신규 직원을 채용하는 게 더 어려워졌다”며 호황의 낙수효과가 협력업체까지는 닿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첨단 자가 세정 기능을 갖춘 차세대 장비가 보급되면, 협력사가 떠받쳐온 유지보수 일자리가 대거 사라질 수 있다”고 고용 불안을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