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생활물가가 급등할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1조 원 이상을 투입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민생물가 안정 대책을 내놨다. 석유 최고가격을 ℓ당 150원씩 추가로 인하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기름값을 낮추고 농축수산물에도 3500억 원을 풀어 장바구니 물가를 낮추기로 했다. 집중 물가관리 정책을 통해 하반기 물가 상승률을 2%대로 관리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재정경제부는 26일 이같은 냉ㅇ의 ‘민생물가 안정 및 서민 부담 경감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5일 “장바구니 물가 부담의 실질적 완화와 함께 전방위적 민생 물가 압력을 낮출 특단의 대책도 하루빨리 수립해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1조 원 규모의 물가대책을 부문 별로 살펴보면 우선 7000억 원이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과 계란 등 가격 안정을 위한 직수입·납품 단가 인하에 쓰인다. 쌀·양파·계란·돼지고기 등 할인 가능한 농축산물 전 품목을 대상으로 최대 3만 원까지 가격을 낮추는 행사를 올 7~8월에 집중 실시한다. 관련 예산은 기존보다 3500억 원 증액했다.
계란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8월까지 신선란 2억 개를 추가 수입해 공급을 확대한다. 이는 기존 수입 물량의 6배가 넘는 규모다. 수산물 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도 내놨다. 정부는 노르웨이산 고등어 2000톤을 직수입하고, 국내산 고등어는 정부가 수매해 반값 수준으로 공급한다. 이를 위해 해양수산부는 노르웨이와 영국 등 북대서양 지역에 특사단을 파견해 추가 물량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이외 3000억 원 가량을 석유 가격 안정 등에 집중 투입한다. 정부는 국제유가 하락이 소비자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고 석유 최고가격을 기존 대비 ℓ당 150원씩 추가 인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4주일 간 정유사의 ℓ당 석유제품 공급 가격은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이 적용된다.
통상 정유사의 공급 가격과 주유소의 판사매 가격이 100원 가량 차이가 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평균 휘발유 및 경유 가격은 ℓ당 1800원대 중후반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휘발유 평균 가격은 4월 18일에 ℓ당 2000원을 돌파한 이후 두 달 넘게 2000원대 초반을 유지 중인데 이 가격이 1850원대로 낮아지는 셈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전국 주유소의 ℓ당 판매 가격은 휘발유 2005.8원, 경유 1996.72원으로 집계됐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기존 유류 재고가 소진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주유소 가격 인하에는 다소 시차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국민들이 신속히 최고가격 인하를 체감할 수 있도록 가격 인하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주유소에 대해 면밀한 점검을 실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민관 합동으로 전국 1만여 개 주유소의 가격과 물량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범부처 시장 점검단을 통한 고강도 현장 점검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유류세 인하는 7월 말까지 유지하고 이후 연장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LPG 부탄 판매부담금도 연말까지 한시 면제한다.
이 밖에도 가공식품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할인행사와 수출지원 인센티브를 연계하고 농축산물 할인(농할) 상품권은 명절 한시 발행에서 매월 발행으로 확대한다. 하반기 전기·수도 등 공공요금은 동결하고 알뜰폰 전파사용료 감면도 현행 50%에서 90%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단기 처방에 그치지 않도록 중장기 대책도 병행한다. 배추와 무, 마늘 등 주요 농산물 비축을 확대하고, 폭염과 고수온에 대응하기 위한 축산·수산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는 “곧 발표되는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대책이 차질 없이 이행되면 7월부터 효과가 나타나 8월 고비를 넘긴 후 하반기에는 물가 상승률이 2%대로 안정되는 흐름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