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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 대체하는 양자 시대

23.06.2026 1분 읽기

민병권

논설위원

1944년 6월 13일 영국 런던에 정체불명의 비행체가 떨어져 많은 사상자를 냈다. 독일 나치 정권이 개발한 세계 첫 순항미사일 ‘V1로켓’이 200여 ㎞를 날아 폭격한 것이다. 장거리 자동 비행의 비결은 방향(방위각)을 자동 측정하는 자이로스코프 등 관성항법장치였다. 나치 정권은 V1로켓을 9251발이나 쐈지만 명중률이 25%에 그쳐 전황을 뒤집지 못한 채 패망했다. 기계식 자이로스코프는 방위각 측정 시 조금씩 오차를 낸다. 장거리 비행일수록 측정 횟수도 늘어 오차가 누적돼 로켓을 엉뚱한 곳으로 유도한 것이다.

위성 기반 위치정보시스템(GPS)의 등장은 관성항법장치의 한계를 해결했다. GPS는 4대 이상의 위성에서 지상에 전파를 쏴 삼각 측정 원리로 위치를 정밀 측량한다. 시초는 1958년 미 국방부 주도로 개발된 위성항법 체계 ‘트랜싯(Transit)’이다. 미 국방부는 1970년대부터 오차 범위를 100m 이하로 대폭 줄인 GPS를 개발해 1983년 민간에 서비스를 개방했다. 1990년대 완성된 GPS는 정보통신 혁명을 뒷받침했으나 전파교란·해킹에는 취약점을 보였다.

GPS는 곧 양자 기술로 대체될 조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5년 내 GPS를 대체할 양자 센서를 배치하도록 지시했다. 양자 센서란 규칙적으로 진동하는 원자 입자를 시계처럼 활용해 초정밀 계측을 하는 장치다. 양자 상태의 입자들이 서로 쌍둥이처럼 얽혀 행동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그러면 마치 여러 대의 센서로 측정하는 것처럼 사물의 상태를 정확히 계측할 수 있다. 특히 자율주행차, 드론·로봇, 물류 인프라를 ㎝ 단위의 위치 정밀도로 작동시킬 수 있다. GPS에 의존하지 않아서 위성 신호가 닿지 않는 지하·실내·수중·우주에서도 쓸 수 있다. 적 수뇌부 초정밀 감시·타격에도 유용하다. 해킹·전파교란 위험도 작다. 우리는 2035년까지 한국형 GPS인 ‘KPS’를 완성하기에도 허리가 휠 지경이지만 양자 기술도 준비해야 경제·안보 종속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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