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적용되는 3분기 전기요금이 현 수준에서 묶인다. 한국전력은 3분기 연료비 조정 단가를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문제는 이번 동결로 경쟁국에 비해 턱없이 높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7개 분기 연속 묶이게 된다는 데 있다. 일반용 전기요금도 13개 분기째 동결된다.
한전이 2021년 이후 국제 연료비 급등에도 민생 안정을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을 제때 반영하지 못하면서 누적 영업적자 36조 원 이상, 연결 기준 부채 206조 원을 떠안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재무 상태가 이렇다 보니 산업용 전기요금의 합리적인 조정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물가 안정과 서민 부담 완화를 의식한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3월 “전기요금은 웬만하면 지금 수준에서 유지하려 한다”고 밝힌 것이 사실상 전기요금 결정의 가이드라인이 됐다.
그러나 연료비 불확실성이 커 언제까지 전기요금을 억누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이란 전쟁 종전 합의 이후 국제 유가는 일단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발전용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유럽의 겨울철 수요와 카타르의 공급 불안으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LNG 가격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 비용인 전력도매가격(SMP)도 함께 상승할 수밖에 없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SMP 상한제 도입 검토도 이 같은 부담을 의식한 조치다.
전기요금 인상 억제는 손실을 뒤로 미루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국제 연료비 변동을 전기요금에 적기에 반영해야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고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도 가능하다. 전기요금 인상을 억누른 채 SMP 상한제와 같은 시장 개입을 확대하면 장기적으로 가격 신호를 왜곡하고 전력망 등 필수 투자도 위축시킬 수 있다. 물가 안정을 이유로 일반용 전기요금 인상은 미루고 산업용에 부담을 집중시키는 방식도 한계에 이르렀다. 일반용 요금은 적정 수준으로 현실화해 에너지 과소비를 줄이고 산업용 요금은 기업 경쟁력을 감안해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아울러 산업단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도 조속히 시행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