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지난해 수천억 원 규모의 미국 관세 비용을 전액 부담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수입자인 미국GM 본사가 관세 비용을 분담하지 않고 한국GM이 ‘독박’을 쓴 것이다. 올해 GM 본사는 한국GM에서 대규모 배당금까지 빼갈 예정이어서 한국GM의 위기 대응 여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경영진은 이달 열린 노동조합과의 간담회에서 지난해 수출 이전가격 조정을 통해 미국 관세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했다고 처음 밝혔다.
한국GM의 대미 수출은 국내 공장에서 만든 물량을 미국 GM 본사가 수입한 뒤 이를 현지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해 4월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출업체인 한국GM과 수입업체인 미국 GM 본사 중 관세 비용을 누가 어느 정도 분담할지를 결정해야 했다. 현대차(005380) 와 기아(000270) 역시 분담 비중은 다르지만 수입업체측과 관세 비용을 나눠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GM은 수출 마진을 줄이는 형태로 본사에 물량을 넘기면서 관세 부담을 전부 짊어진 것이다. 한국GM이 지난해 떠안은 관세 비용은 수천억 원 이상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전가격 관련 국세청의 조사도 예상된다.
한국GM이 관세 비용을 전액 떠안으면서 국내에 투자할 여력도 급감하게 됐다. 실제로 한국GM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관세 부담 여파로 전년(1조 3573억 원) 대비 64% 급감한 4898억 원을 기록했다.
앞서 한국GM이 미 본사에 대규모 배당을 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라 업계에서는 한국GM의 시장 대응 여력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GM 이사회는 최근 중간배당을 결의하고 회사의 자본잉여금 중 약 4조 1000억 원을 회계상 배당에 쓸 수 있는 재원인 이익잉여금으로 돌렸다. 한국GM이 배당 총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미국GM 본사가 2조 원 이상의 배당금을 가져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GM 노조는 신차 개발 등을 위한 투자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사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노조는 자본잉여금의 50% 이상을 미래 투자에 사용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GM은 미국과 한국 사업장의 경영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세 분담 몫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쉐보레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 등 대표 모델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하고 수익성 있는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