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가 일감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한 기간을 적립했다 차량 주문이 늘어날 때 적립한 날만큼 특근을 하는 근무적립제 도입을 추진한다. 자동차 시장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한 일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생산방식을 유연화하려는 것이다. 내수 침체에 르노는 이달 부산 공장 근무일의 절반을 셧다운하기로 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는 최근 진행한 임금 단체교섭 실무회의에서 이 같은 근무 형태를 노조에 제안했다. 사측은 공장 비가동일을 적립한 뒤 이에 비례해 특근을 시행하는 근무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비가동일이 30일이라면 향후 일감이 늘어날 때 적립한 날의 절반인 15일간 특근을 진행하는 식이다.
사측은 노조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비가동일 근무 조건을 대폭 개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현재는 비가동 시 임금의 70%만 지급하는데 이를 100%까지 높이겠다는 것이다.
사측은 일감 부족이 장기화해 특근을 할 일이 없으면 적립분이 소진되지 않는 만큼 직원들의 근무 여건이 지금보다 개선될 수 있다며 노조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측이 최근 3년간 일감 부족으로 공장 비가동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만큼 이른 시일 내 생산체계를 유연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르노의 이 같은 유연근무 체제가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등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는 없는 시도여서 파격적으로 평가한다. 르노는 최근 판매 물량이 줄어드는 점을 감안해 이달 전체 근로 가능일 21일 중 11일간 공장을 멈추기로 했다. 사측 제안이 수용되면 생산직 직원들은 이달에 열흘만 일하고도 한 달 치 임금을 다 받을 수 있게 된다.
르노가 단기 인건비 부담을 떠안고라도 근무 방식을 바꾸려는 것은 자동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르노의 실적을 보면 올 들어 5월까지 국내외에서 2만 8733대를 팔았는데 이는 지난해 동월 대비 25.3%나 줄어든 실적이다. 내수(-22.8%)와 수출(-29%) 모두 부진하다. 지난달만 보면 전체 판매량(5913대)이 전년 동월 대비 40%나 급감하는 등 실적 낙폭이 더 커지는 추세다.
이는 지난해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그랑 콜레오스’를 앞세워 국내에서만 전년 대비 31.3%의 가파른 성장을 보였던 것과 확연히 대조된다. 올해 실적 추이를 보면 국내외 자동차 시장 성장세가 지난해만 못 해 신차가 나올 때만 반짝 실적을 내고 이후 다시 판매량이 줄어드는 형국이다.
이에 르노는 향후 신형 모델을 출시할 때 생산량을 대폭 늘릴 수 있도록 사전에 생산체계를 정비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르노 본사 역시 한국 공장의 생산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을 계속하면서 사측을 압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변동성이 극심한 데다 차량용 반도체 등 핵심 부품 공급 일정도 들쭉날쭉해 생산체계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신차 출시 일정에 맞춰 근무시간을 늘리면 올 상반기 실적 부진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르노는 중국 지리차 산하 폴스타의 신형 차종을 다음 달부터 양산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그랑 콜레오스의 ‘부분 변경(페이스리프트)’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랑 콜레오스가 지난해 처음 출시된 만큼 이른 시점에 신모델 출시가 논의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의 전면이나 후면 디자인을 소폭 변경하는 모델을 내놓거나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하는 방안 등이 회사 내부에서 거론되고 있다”며 “르노 본사와 논의한 뒤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관건은 노조의 협조 여부다. 노조는 근무적립제 시행 시 사측이 일정을 지정해 특근을 강제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사측이 공장 휴업이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문제를 우선 해결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