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가 ‘자보페그두타이드(DD01)’를 계열 내 최고신약(Best-in-class)으로 키워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17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사옥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보페그두타이드의 기술이전을 위한 기밀유지문서(Confidential Deck)를 준비 중”이라며 “연말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MASH는 비만과 당뇨 등 대사이상으로 간에 지방이 축적되고 나아가 염증과 섬유화가 진행되는 질환이다. 방치하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 세계 MASH 치료제 시장은 2035년 716억 9000만 달러(약 100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아직 FDA의 신속 심사 제도인 가속승인을 받은 MASH 치료제는 마드리갈의 ‘레즈디프라’와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2종뿐이다. 시장 선점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신약 개발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FDA는 신약개발의 마지막 관문인 3상 임상의 가속승인 근거로 MASH 해소 또는 간 섬유화 개선 입증을 요구한다. DD01은 48주차에 이뤄진 조직검사에서 총 세 가지 지표가 모두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치료 효능을 나타냈다. 간 섬유화 악화 없이 지방간염이 소실된 비율은 62.5%, 지방간염 악화 없이 간 섬유화가 개선된 비율은 50.0%에 달했다. 지방간염 소실과 간 섬유화 개선을 동시에 달성한 비율도 37.5%를 기록했다. 이미 허가받은 약물은 물론 베링거인겔하임, 노보노디스크 등 빅파마가 개발 중인 신약과 비교해도 뒤져지지 않는 수준이다. 용량 증량기간이 2주로 짧았는데도 소화기 이상 반응으로 임상을 중단한 환자 비율은 8%에 그쳤다. 이 대표는 “조직 생검 분석 대상이 작다는 점을 의식해 임상 설계 단계부터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병리 분석(qFibrosis) 플랫폼을 활용해 이중 삼중으로 검증 절차를 마련했다”며 “유럽간학회(EASD) 발표 당시 누가 봐도 차별성과 경쟁력을 갖춘 임상 결과라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DD01의 차별화 비결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과 글루카곤(GCG) 수용체의 활성 비율을 11대 1로 설계한 것이다. 이 대표는 “글루카곤 수용체는 간 염증과 섬유화를 직접 개선하는 효과가 있지만 활성이 너무 강하면 혈당 조절이 안 될 수 있다”며 “수많은 연구 끝에 MASH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혈당을 정상화할 수 있는 황금 비율을 찾아냈다”고 덧붙였다. 페길레이션 기술을 적용해 약물 반감기를 늘리고 간 타겟팅 효과를 극대화한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회사는 오는 11월 미국간학회(AASLD)에서 혈액 바이오마커 등 임상 2상의 심층 지표를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톱라인 결과를 강력하게 뒷받침할 지표일 뿐 아니라 대규모 3상을 진행했을 때 지금과 같은 결과가 재현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데이터가 될 것”이라며 “회사의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앞서 멧세라에 기술 이전했던 경구용 GLP-1 비만 치료제의 임상 진입에 따른 마일스톤과 추가 기술이전이 성사되면 상장 당시 약속했던 흑자전환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계약금 못지않게 강력한 상용화 의지를 가지고 글로벌 3상 임상을 빠르게 완수할 수 있는 파트너가 최우선”이라며 “실제 시장에서 블록버스터로 자리를 잡아야 로열티 수익이 극대화되고 주주 가치도 제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디앤디파마텍은 이날 LG AI연구원과 AI 기반 차세대 펩타이드 신약 공동 개발 사업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LG AI연구원은 질병 원인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는 AI 모델을 활용해 기존 방식으로 발견이 어려운 최적 펩타이드 서열과 신약 후보 물질을 설계할 예정이다. 디앤디파마텍은 AI가 도출한 후보 물질의 구조 설계·합성·평가를 담당하고, 전임상·임상 개발 및 글로벌 인허가까지 수행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