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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헌재 재판 지연 심사 착수…“기본권 침해 땐 사법심사 대상”

17.06.2026

법원이 헌법재판소의 재판 지연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에 대한 심사에 착수했다. 법원과 헌재가 30여 년간 판결 취소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어온 가운데, 재판소원 시행 이후 양 기관의 권한 다툼이 다시 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0부(형사수석부장 전보성)는 “헌재의 부작위 처분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여부 심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달 12일 헌재에 ‘헌법재판 지연 사유에 관한 의견요청서’를 보내 한 달 이내 답변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사건은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 제1항 등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피고인은 위헌소원을 제기했지만 헌재는 약 4년간 심리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헌재의 심리 지연으로 피고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됐는지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재판부가 근거로 든 조항은 헌법 제107조 제2항이다. 해당 조항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 대법원이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헌재의 심리 지연이 ‘부작위 처분’에 해당하고, 이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경우 법원의 사법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재판소원 시행 이후 법원과 헌재 간 주도권 경쟁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의 재판은 그동안 헌재 심사 범위 밖에 있었지만 재판소원을 통해 헌재가 법원 판결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며 “법원이 헌재의 재판 지연을 부작위 처분으로 보고 맞불 심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 기관이 서로의 결정과 재판을 심사하겠다고 나설 경우 사법부 내 권한 충돌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과 헌재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헌재는 1997년 재판소원을 금지한 헌재법 제68조 제1항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대법원이 이를 “단순한 견해 표명”으로 보고 받아들이지 않자 대법원 확정판결을 취소했다. 이후 2008년 상속세법 사건과 2012년 조세감면규제법 사건 등에서도 한정위헌 결정을 둘러싼 양 기관의 갈등이 반복됐다. 다만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재판소원 제도와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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