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금리 상승과 내수경기 부진 속에 금융기관에 진 빚을 갚지 못한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 자영업자는 전 연령대 가운데 유일하게 채무불이행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15일 나이스평가정보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개인사업자 채무불이행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332만9143명의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138조972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조8252억원(0.5%) 늘었다.
같은 기간 금융기관 대출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채무불이행자는 16만920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8655명(5.1%) 감소했다. 겉으로 보면 부실 차주가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이들이 보유한 대출 잔액은 37조8021억원으로 같은 기간 2조7178억원(7.7%)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말 38조511억원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연체자 한 명이 짊어진 빚이 그만큼 무거워졌다는 뜻이다.
금리 상승과 소비 위축이 겹친 영향이 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말 연 2.953%에서 이달 8일 연 3.940%까지 올랐다. 대출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환경이다.
소비 경기도 얼어붙었다.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보다 3.6% 하락해 2024년 2월 이후 2년2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서비스업 생산도 1.0% 줄어 2022년 2월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매출은 쪼그라드는데 이자 부담은 커지는 이중고가 자영업자를 짓누르고 있다.
고령층의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 4월 말 기준 60대 이상 개인사업자의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406조7544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9조8655억원(2.5%) 늘었다. 전 연령대 가운데 유일한 증가세다. 20대 이하(-3497억원)·30대(-1조2621억원)·40대(-2조1558억원)·50대(-2728억원)는 모두 감소했다.
채무불이행자 수도 60대 이상만 늘었다. 지난해 말 3만8739명이던 60대 이상 개인사업자 채무불이행자는 올해 4월 말 3만8999명으로 0.7% 증가했다. 이들이 보유한 대출 잔액은 9조9291억원에서 11조8645억원으로 19.5% 급증해 전 연령대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고령 자영업자 상당수가 생계형 창업에 의존하고 있어 수익성이 낮고 경기 둔화에 취약하다고 진단한다. 부동산 임대업 비중이 높아 부동산 시장 변화에도 직접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고연령 자영업자의 높은 부동산업 비중으로 부동산 경기상황과 관련한 구조 변화 등에 크게 취약할 수 있다”며 생애주기별 지원 정책의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최중기 나이스신용평가 금융SF평가본부장은 “반도체 등 일부 업종만 호조를 보이는 K자형 양극화 상황에서 금리 상승까지 겹치면 차주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