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교정 개혁의 일환으로 정신질환 수용자와 치료감호 대상자 관리 체계 전반을 손본다. 정신질환 유형과 재범 위험도에 따른 맞춤형 치료감호 체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교정시설 내 정신질환 수용자에 대한 치료·재활 로드맵도 마련하기로 했다. 교정시설에 수용된 정신질환자가 10년 동안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상황에서 수용·격리를 넘어 치료와 재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달 ‘국립법무병원을 중심으로 한 치료감호 집행 방식 다층화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치료감호 체계 전반에 대한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치료감호는 심신장애, 마약·알코올 중독 등으로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를 교도소가 아닌 국립법무병원에서 치료받게 하는 제도다.
법무부는 연구 용역을 통해 현재의 치료감호 제도 운영 실태와 국립법무병원 중심의 단일 기관 집중 구조가 가진 한계를 분석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주요 국가의 치료감호 운영 체계를 비교 검토해 국내 적용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치료감호 대상자의 정신질환 유형과 재범 위험도에 따른 맞춤형 관리 체계 구축도 과제로 꼽았다. 치료감호 종료 이후 지역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및 지역 정신의료기관과 보호관찰소를 활용한 사후 관리 연계망 강화 방안도 연구 과제에 포함됐다.
교정시설 내 정신질환자 관리 체계도 손본다. 법무부는 지난달 ‘교정시설 수용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및 로드맵 수립’ 연구 용역도 발주했다. 이를 통해 교정시설 수용자에 대한 정신건강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정신 치료 수용동 표준 모델 설계, 정신질환 중증도 분류 체계 개발 등 의료 처우 로드맵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이달 연구기관과 계약을 체결했고 연말까지 교정시설 정신건강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법무부가 치료감호와 교정시설 내 정신질환자 처우 체계를 동시에 손보는 것은 관련 수용자가 급증하면서 기존 관리 체계의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정시설 내 정신질환 수용자는 2016년 3296명에서 2020년 4978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6345명, 올해 6571명(6월 기준)까지 증가했다. 10년 만에 사실상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으로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 요건이 강화되며 과거 의료 체계가 담당하던 정신질환자 상당수가 교정시설로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치료 인프라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전국 54개 교정시설 가운데 법무부 소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곳은 진주교도소 한 곳뿐이다. 지난해부터 서울대병원 전문의를 서울동부구치소 원격의료센터에 파견해 원격진료를 실시하고 있지만 6000명이 훌쩍 넘는 정신질환자들의 치료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교정시설로 간 정신질환자들이 치료 공백에 놓이며 각종 사고도 늘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교정시설 내 수용자 간 폭행 및 직원 폭행은 2016년 523건에서 지난해 910건까지 증가했고 자살 시도 및 자살 사건도 같은 기간 59건에서 119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정신질환자의 재범률은 65%로 전체 재범률(22%)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교정시설 내 정신질환 범죄자를 방치한다면 또 다른 범죄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개편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강조해온 ‘교정 개혁’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정 장관은 취임 이후 교정시설의 치료·재활 기능 강화와 사회 복귀 지원 확대를 주요 과제로 제시해왔다. 정 장관은 12일 충북 법무연수원 진천본원 체육관에서 열린 제55회 전국 교도관 무도대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범죄자를 제대로 교정·교화해 사회로 돌려보내는 것이야말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핵심인데, 그 중요성에 비해 관심이 너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