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도입을 앞두고 선거비용 부담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농협도 직선제 도입 자체에는 동의했지만, 선거비용 규모와 부담 주체를 놓고 정부와 이견을 보이고 있다.
16일 농협개혁추진단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농협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도입에 따른 선거비용 산정 방식과 비용 부담 원칙을 설명했다. 정부와 추진단은 현행 전국 조합장이 중앙회장을 뽑는 간선제 방식을 조합원 직선제로 바꾸는 내용을 1차 농협개혁안의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이다.
현행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전국 조합장 1110명이 참여하는 간선제 방식이다. 개혁안이 통과되면 중복 가입자를 제외한 전체 조합원 187만 명이 중앙회장을 직접 선출하게 된다.
농협 측은 조합원 직선제 도입 시 총 406억 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선거관리 위탁경비 318억 8000만 원, 선거운동 비용 87억 4000만 원 등이다. 농협은 2023년 동시조합장 선거 당시 적용된 1인당 위탁경비 1만 7000원을 기준으로 비용을 계산했다.
반면 농식품부는 실제 비용이 208억~228억 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위탁경비는 170억~190억 원, 선거운동 비용은 38억 원가량으로 추산했다. 위탁경비의 경우 지난 대선의 1인당 관리비용 약 6800원을 기준으로 산출했다. 농식품부는 중앙회장 선거가 전국 단위로 치러지는 만큼 조합별로 투·개표가 이뤄지는 동시조합장 선거와 같은 단가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세진 농식품부 농업금융정책과장은 “동시조합장 선거는 1110개 단위의 선거구가 있고 각 선거구에서 투·개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위탁 단가가 높은 편”이라면서도 “선관위와 직접적으로 이 부분을 논의한 것은 아니며 앞으로 비용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선거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도 남은 쟁점이다. 농협 측에서는 직선제 도입에 따라 정부가 비용 일부를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농협법상 농협 내부 대표자를 뽑는 선거인 만큼 공직선거처럼 세금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농협중앙회장이 조합원 직선제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선거제도와 관련해서는 선거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가 남은 쟁점”이라며 “농협법상 선거이기 때문에 공직선거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부담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2031년부터 조합장 선거와 중앙회장 선거를 동시에 치르면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일정상 지역조합 조합장 동시선거는 2027년 3월, 중앙회장 선거는 2028년 3월로 예정돼 있어 당장 두 선거를 맞추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차기 중앙회장 임기를 1년 줄여 2028년 3월부터 2031년 3월까지로 하고, 2031년부터 조합장 선거와 중앙회장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윤 정책관은 “선거비용 이슈는 사실 2028년 3월 중앙회장 단독 선거와 관련된 얘기”라며 “2031년 선거부터는 조합장 선거와 중앙회장 선거를 동시에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조합장 선거 때 투표용지 하나를 더 쓰는 구조가 되고 선거운동 비용은 있겠지만, 단독 선거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절감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추진단 측은 직선제 비용만 볼 것이 아니라 기존 간선제에서 발생한 음성적 선거비용까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장경호 농업제도정책연구원장은 “기존 1100명의 조합장이 투표하는 선거에서는 선관위에 위탁해 치르는 공식 비용 외에 선거 과정에서 음성적으로 투입되는 비용들이 많았다”며 “그 때문에 커넥션이나 부정의 고리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장 원장은 “음성적으로 들어간 돈을 보상하기 위해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발생하는 손실과 비용까지 생각한다면 조합원 직선제로 음성적 돈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며 “직선제에 들어가는 비용은 현재와 비교해 농협이 충분히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와 추진단은 1차 개혁안 입법을 우선 마무리한 뒤 7~8월 2차 개혁안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선거비용 부담 외에도 농협감사위원회 독립, 정보공개 청구권, 인사추천위원회 구성 등을 둘러싼 쟁점이 남아 있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은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