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감사위원회 독립 문제로 번지고 있다. 농협 측은 독립 감사기구 신설이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최대 1500억 원의 비용을 유발한다고 반발하지만, 정부와 농협개혁추진단은 “자율성에는 책임이 필요하다”며 내부 감사체계 개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16일 원승연 농협개혁추진단장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농협개혁추진단 기자간담회에서 농협 감사위원회 독립 필요성을 설명하며 최근 선관위 논란을 언급했다.
원 단장은 “우리나라가 민주화되면서 각 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조해왔지만, 자율성이 제대로 확보되려면 책임성이 필요하다”며 “책임성이 작동하려면 조직의 투명성과 견제·균형 기능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선관위 문제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며 “농협 감사위원회도 이런 기본적인 견제 장치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추진단이 추진하는 1차 농협개혁안은 중앙회 내부 감사 기능과 조합감사 기능을 떼어내 별도 특수법인 형태의 농협감사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새 감사위원회는 중앙회에 소속되지 않는 독립기구로, 중앙회와 조합뿐 아니라 지주·자회사까지 감사 대상에 포함한다.
농협 측은 독립 감사기구 신설 시 조합 감사 250명, 지주·자회사 감사 150명, 운영지원 50~100명 등 총 450~500명의 인력이 필요하고 비용도 1400억~15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합감사권은 중앙회의 고유권한이라는 입장도 내세우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 같은 비용 추산이 과도하다고 본다. 현행 조합감사위원회와 감사위원회 지출 수준인 500억 원 내외에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조합 감사 210명, 지주·자회사 20명, 운영지원 20명 등 총 250명 수준이면 감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원 단장은 비용 논란에 대해서도 “금융감독원에 있을 때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예산이 2000억 원, 직원이 2000명 정도였다”며 “모든 경비를 포함해도 1인당 1억 원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협 측의 1500억 원 추산에 대해 “일부러 부풀렸거나, 아니면 지금까지 방만하게 운영해왔다는 뜻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추진단은 독립 감사위원회 설치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장경호 농업제도정책연구원장은 “내부 감사기구를 그대로 둬서는 농협의 부조리나 비리를 제대로 견제·감시하기 어렵다는 것이 추진단 내외부 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협 내부 감사기구와 조합감사위원회가 모두 내부에 있다 보니 ‘팔이 안으로 굽는’ 문제가 있었다”며 “감사기구를 바깥의 독립기구로 만드는 부분은 정부도 추진단도 타협하거나 합의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자회사 감사 사각지대도 독립 감사위가 필요한 이유로 들고 있다. 기존 농식품부의 농협 감사 권한은 중앙회와 조합에 한정돼 지주·자회사를 통한 비위를 직접 들여다보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감사를 해보니 자회사를 통한 여러 비위 행위가 생각보다 많이 적발됐다”며 “농식품부 검사 권한을 자회사까지 확대하고, 문제가 있을 때 감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감사 대상은 중앙회 자회사와 경제지주 자회사가 중심이다. 김세진 농식품부 농업금융정책과장은 “중앙회 자회사가 4개, 경제지주 자회사가 17개로 총 21개 자회사가 직접 감사위원회 감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지주 자회사는 금융위·금융감독원과 협의하고, 농협감사위원회가 금감원 감사 청구권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보완 설계하고 있다.
농협 측이 제기하는 자율성 침해 우려에 대해 원 단장은 “감사위원회를 농협과 무관한 외부기관으로 두자는 것이 아니라 중앙회 영향권 밖에 두자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그는 “중앙회 안에 감사기구를 둔 방식이 실패했기 때문에 중앙회로부터 독립된 감사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추진단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감사위원회 구성 방식은 일부 조정했다. 당초 당정안은 위원장 1명과 위원 6명 등 총 7명 체계였고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관치 논란을 반영해 대안에서는 위원장을 외부위원 중 호선하도록 하고, 위원 수도 5명으로 줄였다.
윤 정책관은 “이번 농협 개혁안의 핵심은 조합원 직선제와 감사위원회 외부화 두 가지”라며 “여러 비판을 반영해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은 수용하되, 이 두 가지 내용은 끝까지 관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