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좀비기업)이 정상기업의 자금 조달까지 가로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토스인사이트의 ‘생산적 신용배분’ 보고서에 따르면 한계기업의 부채 비중이 10%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동일 업종 내 정상기업의 평균 차입금리는 0.10%포인트 올랐다. 또 좀비기업 부채 비중이 1%포인트 높아질 때 신용등급 하위 25%의 정상기업 차입금리는 평균 0.017%포인트 더 높아졌다. 한계기업을 제때 솎아내지 않으면 생존 가능한 기업들까지 부실이 전염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은행에서도 좀비기업의 연명이 생산성과 성장률을 갉아먹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은 경제연구원은 이날 산업 내 한계기업 비중이 1%포인트 높아지면 정상기업의 투자·고용 성장률은 0.14~0.18%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한정된 금융 자원이 부실기업에 묶여 생산성 높은 기업으로 제대로 흘러가지 못한 결과다. 한은은 한계기업의 25%만 적절히 퇴출해도 경제 전반의 생산성은 0.2%, 부가가치는 0.35% 상승할 것으로 봤다.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경제의 체질을 바꾸려면 좀비기업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지난해 국내 한계기업 비중은 28.2%로 2013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금리 기조와 저성장 고착화, 급변하는 산업구조 속에서 기업들이 체질 개선을 이뤄내지 못한 탓이다. 좀비기업의 폐해는 증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코스피가 9000선을 내다보고 있는데 코스닥은 1000선에서 제자리걸음하는 이유 역시 제때 정리하지 못한 수많은 부실 상장사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다만 좀비기업의 구조조정에는 옥석을 가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일시적인 경영난에 빠진 한계기업의 경우 기술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만 확실하다면 생산적 금융을 통해 재도약의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옳다. 그러나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기업에까지 ‘금융 호흡기’를 대어주는 것은 일자리 지키기가 아닌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와 금융 당국은 국가 생산성 제고와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한계기업 정리에 추호의 망설임도 있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