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 만에 서울 나들이에 나선 선운사 금동지장보살좌상이 관람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불교중앙박물관 특별전 ‘도솔산 선운사-선에 들고 구름에 눕다’는 개관 이후 처음으로 누적 관람객 2만 명을 돌파하며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극적인 사연 끝에 환수된 선운사 금동지장보살좌상과 보물로 지정된 ‘삼지장’이 처음 한자리에 모이면서 입소문이 이어지고 있다.
15일 불교중앙박물관에 따르면 지난 4월 22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지난 10일 기준 누적 관람객 2만1539명을 기록했다. 2007년 개관 이후 관람객 2만 명을 넘어선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직전 최다 관람 기록은 2022년 특별전 ‘등운산 고운사’의 1만2000여 명이다. 이번 전시는 당시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관람객이 증가하고 있어 오는 7월 31일 폐막 시점에는 3만~4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북 고창 선운사의 대표 문화유산인 금동지장보살좌상은 일제강점기였던 1936년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2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불상이다.
환수 과정에는 지금까지도 널리 전해지는 일화가 있다. 당시 불상을 소장했던 일본인들이 반복적으로 지장보살이 나타나는 꿈을 꾸었고, 꿈속에서 “나는 본래 고창 도솔산에 있었으니 어서 돌려보내라”는 꾸지람을 들었다는 것이다. 이후 원인을 알 수 없는 우환이 잇따르자 마지막 소장자가 반환 의사를 밝혔고, 결국 불상은 고창경찰서를 통해 선운사로 돌아오게 됐다고 전해진다.
특히 일본 히로시마에서 불상을 인계받은 선운사 스님들과 한일 양국 경찰이 함께 촬영한 흑백사진은 이러한 환수 스토리에 사실감을 더하며 금동지장보살좌상을 더욱 영험한 불상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1938년 귀환 이후 줄곧 선운사에 봉안돼 온 금동지장보살좌상은 최근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도솔산 선운사-선에 들고 구름에 눕다’를 통해 대중과 만나고 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선운사와 말사에 전해 내려오는 ‘삼지장(三地藏)’이다. 도솔암 내원궁 금동지장보살좌상, 선운사 금동지장보살좌상, 참당암 지장전 석조지장보살좌상 등 시대를 달리하는 세 지장보살상이 처음으로 한 공간에 모였다.
지장보살은 지옥의 중생이 모두 구제되기 전까지 성불하지 않겠다는 서원을 세운 보살로 알려져 있다. 보물로 지정된 세 지장보살상이 각자의 사찰을 떠나 함께 공개된 것은 매우 드문 사례다. 박물관 측은 서울 도심에서 삼지장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선운사 천불도와 내소사 동종, 구암사 소장 ‘월인석보’ 권15, 내소사 ‘백지묵서묘법연화경’ 등 다양한 문화유산이 전시돼 있다. 또한 17세기 경탄 스님 등이 조성한 개암사 웅진전 목조십육나한상은 각기 다른 표정과 자세를 갖추고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