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물류 자동화 사업 경쟁 전초전에 돌입했다. 글로벌 기업에서 활약한 물류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로봇 투입 테스트베드를 확보하며 사업 경쟁력 강화를 꾀하는 중이다. 물류 업계의 숙원인 인건비 절감 해결법을 제시해 관련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1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삼성SDS(삼성에스디에스(018260) )는 지난달 1일 물류사업부 내에 물류 자동화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물류 자동화 TF는 물류 업무 전반에 적용될 자동화 기술을 개발하고 현장 적용 추진을 도맡는다. 물류 창고 입출고와 물품 보관과 같은 기본 서비스는 물론 부가가치 서비스(VAS)와 물품 하역까지 전 범위의 자동화를 추진한다. 자동 업무와 수동 업무가 혼재된 물류 센터의 작업을 최적화할 운영 모델을 설계하는 게 TF의 목표다.
물류 자동화 TF의 계획 중 주목할 점은 VAS 자동화다. 물류 사업에서 VAS는 고객 만족도 향상을 위한 서비스를 포함한다. 특수 포장이나 개별 라벨링 등 고객의 특정 요구사항에 맞춘 솔루션 제공이 VAS의 대표 사례다. 삼성SDS는 삼성그룹 계열사의 물류 관리뿐만 아니라 대외사업에서도 고객 맞춤형 자동화 서비스를 제공하며 적극적으로 사업 수주에 뛰어들 예정이다.
삼성SDS는 물류 자동화 TF의 수장을 외부에서 발탁했다. TF장에 임명된 서성원 삼성SDS 상무는 아마존과 GXO 로지스틱스 등을 거친 베테랑 물류 사업 관리자다. 외부 전문가 수혈은 물류 자동화 역량 강화와 물류 사업 체질 개선에 대한 삼성SDS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LG CNS(LG씨엔에스(064400) )는 물류창고에 로봇을 투입하는 실증 사업들을 시작했다. 지난달 LG CNS는 컬리와 물류 자동화 실증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달에는 LX판토스와 물류 자동화 실증 MOU를 체결했다. LG CNS는 두 회사의 물류창고에 휴머노이드 로봇과 물품 운반용 로봇 등 여러 종류의 로봇을 빠르게 투입하는 게 차별점이다. 이제까지 사람이 직접 했던 위험한 작업이나 단순 반복 업무 중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을 찾는 게 LG CNS의 목표다.
SK AX는 SK그룹 내에서 쌓은 물류 관리 노하우를 대외사업에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SK온 등 SK그룹 제조 계열사 현장에서 원자재 투입, 반제품 운송, 완제품 하역 등을 관리하는 IT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이러한 사업 노하우에 인공지능(AI)을 더한 물류 제어 시스템(MCS)을 발전시켜 물류 AI 전환(AX) 사업을 확대할 요량이다.
대형 SI 업계가 물류 자동화에 눈독을 들이는 건 고객사의 수요와 SI 업체의 기술 공급 의지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물류 작업 전 영역에서 사람의 개입을 줄이는 건 물류 업계의 염원이기도 하다. 물류 업계는 인건비를 절감하며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의 영업비용 중 인건비가 절반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또한 물류 업체들은 자동화 시스템 전환으로 물품 파손과 고객 불만을 줄여 기업의 편익을 높일 수 있다고 기대한다.
SI 업계 입장에서 물류 자동화는 기존 물류사 SI 사업을 확장하며 새로운 기술을 시험할 테스트베드를 확보한다는 이점도 있다. 물류 작업장에서 로봇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각종 데이터 및 기술 운용 경험을 습득하는 기회다. 이외에도 물류 작업 중에 물품 입출고와 분류 등 정형화된 작업 비중이 크다는 점은 자동화 전환의 기술적 문턱을 낮춘 요인이다.
물류 자동화 시장은 점차 치열한 경쟁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 SI 업체뿐만 아니라 물류 설비 업체들도 자동화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SI 업계 관계자는 “현대무벡스(319400) 나 에스에프에이 등 물류 설비 업체들도 물류 업계 수요를 좇다 보니 자동화 사업에 힘을 주는 중”이라며 “이들과 맞대결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