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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규제혁신 속도 높일 때

14.06.2026 1분 읽기

전 세계 금융시장의 판도가 뿌리부터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 디지털 자산을 중심으로 금융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국가 간 경쟁의 무대도 빠르게 변하는 중이다. 이제는 뛰어난 기술을 보유했는가 못지않게 그 기술이 시장에서 얼마나 빨리 실현되고 확산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는지가 중요해졌다. 혁신의 속도를 뒷받침하는 제도와 규제 체계가 곧 국가 금융 경쟁력의 뼈대가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대한민국 핀테크 산업은 커다란 기대감과 새로운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그동안 우리 핀테크 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바탕으로 가파르게 성장하며 금융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정부가 주도한 금융규제 샌드박스와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 제도,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도입 등 과감한 정책적 지원이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지금은 ‘제2의 성장기’ 진입로에 들어선 만큼 고민도 깊어진다. 과거에 성공했던 방식과 규제 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다음 단계로의 도약과 혁신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이 규제 혁신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급변하는 현장의 속도를 기존의 제도적 틀이 온전히 따라잡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차는 성장하는 산업에 무거운 짐이 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금융 분야의 AI 활용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사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며 무서운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당국에서도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 등을 통해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AI 기술의 특성상 몇 달간의 서류 심사와 검토를 거치는 동안 기술의 유통기한이 지나버리기도 한다. 간신히 규제 면제를 받았을 때쯤에는 이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기술이 돼버리는 아쉬운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최근 전통 금융권 중심의 규제들이 플랫폼 생태계로 확장 적용되는 현상도 깊이 살펴볼 대목이다. 핀테크 플랫폼은 혁신적인 기술로 금융 유통 구조를 효율화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긍정적 역할을 해왔다. 이 같은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는 산업 성장 동력을 약화하고 소비자의 혜택을 축소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다른 국가들은 기존의 규제 완화에 ‘신속성’과 ‘자율성’을 더하며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영국은 디지털 샌드박스를 상설화해 혁신 기업의 시장 진입 기간을 최대 30% 이상 단축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유연한 규제 환경을 바탕으로 아세안 핀테크 투자금의 80% 이상을 유치했다.

앞으로의 규제 패러다임은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보다 유연하게 움직여야 한다. 사후 책임은 엄격히 묻되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서 먼저 검증받을 수 있도록 규제의 문턱을 낮추는 ‘네거티브 규제(원칙 허용, 예외 규제)’ 체계를 실질적으로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

규제 혁신은 결코 특정 산업에 특혜를 주거나 무조건 규제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낡은 기준과 제도를 정비하고 새로운 혁신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제때’ 열어주자는 의미다. 금융 당국이 훌륭히 다져놓은 규제 혁신의 토대 위에서 대한민국 핀테크 산업이 글로벌 무대로 당당히 날아오를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산업계가 한뜻으로 속도를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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