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에서 교육 분야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국제바칼로레아(IB) 공약의 확산이다. 2022년 교육감 선거에서 IB를 공약하거나 지지한 후보는 총 57명 중 17명이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총 58명 중 30명이었고 13명이 당선됐다. 주목할 점은 교육감 후보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도지사·시장·군수·도의원·시의원 후보들도 소속 정당·진영을 초월해 28명이나 IB를 공약했다는 것이다. 이 중 총 16명의 당선자가 나왔다. 이제 IB가 교육 문제를 넘어 지역사회 민생 문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IB가 가장 치열한 쟁점이었던 지역은 국공립 IB가 최초로 시작된 대구와 제주다. 대구에서는 IB를 강력하게 추진해 한국형 바칼로레아(KB)까지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보수 진영 후보가 IB 중단을 공약한 진보 진영 후보 2명을 제치고 당선됐다. 제주는 진보 진영의 단일화 실패에도 강력한 IB 추진을 약속한 진보 후보가 IB에 미온적인 다른 진보 후보와 보수 단일 후보인 현직 교육감을 이겼다. 이같이 대구와 제주 교육감 선거의 승패를 가른 공통분모는 바로 강력한 IB 공약이다.
전남·광주·강원·경남·대전·세종도 IB에 유보적이거나 부정적인 경쟁자를 꺾고 IB를 공약한 후보가 당선됐다. 실제로 IB 교육을 경험했거나 입소문을 들은 학부모 유권자들이 IB 공약에 손을 들어준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제주에서 최초로 IB가 도입된 초중고가 있는 표선면의 도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국민의힘·무소속 후보 모두 IB를 공약했다. 인구 소멸 위기를 맞은 지역이 IB 학교 덕분에 인구 유입 지역으로 바뀌게 된 교육정책의 효과가 진영을 초월해 설득력을 얻은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IB를 진영에 가두거나 혁신학교와 대척점에 세우려는 시도가 있다. IB는 혁신학교와 상호 배타적일 이유가 전혀 없다. IB 교육은 혁신 교육과 방향이 비슷하면서도 혁신학교에 없는 체계적인 평가 시스템과 교원 연수 시스템을 갖고 있다. 혁신학교가 IB 시스템을 도구로 활용하면 더욱 개선된 혁신학교를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교실에서 엎드려 자던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고, 스스로 생각을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게 만드는 교육이다. 또한 학생들이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할 역량을 기르면서도 눈빛이 살아나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AI 시대에 진영이나 이념에 따른 갈라치기는 소모적인 논쟁이다.
마침 여러 대학에서 IB 교원 양성 프로그램이 생겼고 최근 서울대에 IB교육연구센터가 설립됐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교육을 낡은 진영에 가둘 것이 아니라 IB 연구들의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KB를 설계할 때다. AI 시대 생존을 위해서는 ‘정답 빨리 찾기’ 시험 패러다임을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논쟁의 초점을 진영에서 교육의 본질로 옮겨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