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야모야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굵은 동맥이 뚜렷한 원인 없이 서서히 좁아지거나 막히는 만성 진행성 뇌혈관질환이다. 뇌의 바닥 쪽에 있는 뇌혈관 중 내경동맥의 끝 부분과 그곳에 연결된 동맥 분지들인 윌리스 동맥륜에 문제가 생기면서 발생한다. 막힌 혈관을 대신해 그 부근에 가늘고 약한 혈관들이 비정상적으로 얽혀 자라나는데, 이 모양이 마치 뇌혈관 조영술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보인다고 해서 일본의 스즈키 지로 교수가 ‘모야모야’라는 이름을 붙였다. 희귀 난치성질환으로 분류되지만 한국·일본·중국 등 동아시아에서 유독 발병률이 높아, 한국인들에게는 비교적 친숙하다.
국내에서 모야모야병 진단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모야모야병 진료 환자는 최근 10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다른 뇌혈관질환이 주로 중장년 이후에 발생하는 것과 달리, 모야모야병은 10세 전후의 소아와 비교적 젊은 30~40대 연령층에서 많이 나타난다. 아직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진 않았으나, 동아시아인에게 흔한 특정 유전적 소인이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발 연령대에서 알 수 있듯이 모야모야병은 가장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하거나 한창 자라야 할 어린 나이에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는 병이다. 뇌혈관이 갑자기 막히는 뇌경색이나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은 단 한 번만으로 평생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따라서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미리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야모야병의 증상은 크게 뇌로 가는 혈류가 부족해 나타나는 허혈 증상과 약한 혈관이 터져 생기는 출혈로 나뉜다. 어린이의 경우 갑자기 한쪽 팔다리의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한쪽 감각이 둔해지는 허혈 증상이 흔하다. 특히 울거나 뜨거운 음식을 후후 불 때, 풍선을 불거나 심하게 운동할 때처럼 호흡이 가빠지는 상황에서 증상이 잘 나타난다. 뇌혈류 요구가 급격히 변하면 뇌혈관이 확장·수축하는 조절이 일어나는데, 모야모야 혈관은 정상적인 혈관과 달리 대처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일시적으로 뇌 혈류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두통이 잦거나 마비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질 때도 모야모야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성인의 경우 약하게 늘어난 혈관이 터지면서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발견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후유장애를 남길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평범한 두통이나 단순한 컨디션 저하처럼 보여 그냥 넘기기 쉽다는 점이다. 소아에서 반복되는 허혈 증상은 지능 저하나 발달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어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
다행히 진단 과정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과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로 의심 소견을 확인할 수 있으며, 뇌혈관 조영술을 통해 혈관이 좁아진 정도와 측부 혈관의 발달 양상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 현재 모야모야병의 표준 치료는 부족한 뇌혈류를 보충해주는 우회 수술이다. 크게 두피로 가는 혈관을 뇌혈관에 직접 연결해 주는 ‘직접 우회술’과 혈류가 풍부한 조직을 뇌 표면에 붙여 새 혈관이 자라나도록 유도하는 ‘간접 우회술’로 나뉜다. 환자의 나이와 혈관 상태, 증상에 따라 직접 우회술과 간접 우회술을 단독으로 시행하거나 함께 적용한다. 소아 환자는 간접 우회술만으로도 새 혈관이 잘 자라나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가 많다. 병이 진행되기 전에 수술하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뇌졸중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으며 수술 성적도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다만 수술은 부족한 혈류를 보충해 뇌졸중을 막아주는 방편일 뿐, 병의 진행 자체를 멈추는 근본 치료는 아니다. 수술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약물치료가 아직 없다는 점은 의료 현장의 오랜 과제로 남아 있다. 더욱이 모야모야병은 혈관이 좁아지는 원인조차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수술을 뛰어넘는 모야모야병의 근본 원인과 진행 기전을 밝히고 치료법을 찾기 위한 기초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이유다.
아직 모야모야병의 발병 자체를 예방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질환을 일찍 발견하면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건 분명하다. 원인 모를 두통이나 일시적인 마비, 언어장애 같은 신경학적 증상이 반복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신경외과 진료를 받아보길 권한다. 모야모야병의 초기 발병이 가장 흔한 10세 전후나 30~40대라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모야모야병은 한국인에게 전혀 드물지 않은 뇌혈관질환이다. 병명을 기억해 뒀다가 의심스러운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 빠른 진단과 치료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