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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거품론 틀려…반도체 정규학과 늘려야”

12.06.2026 1분 읽기

반도체 산업 호황 속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대규모 성과급이 현실화하자 대학 입시에서도 대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삼전닉스’ 취업이 연계된 반도체 계약학과의 2026학년도 수시 모집 내신 합격선은 역대 최고 수준까지 높아진 것. 서울 대치동·목동 학원가에서는 ‘의치한약수’에 반도체를 더한 ‘의치한약수반’ 대비반을 마련할 정도로 입시에서도 확연한 변화가 감지된다.

이혁재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겸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은 11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수 인재의 의대 쏠림 현상이 완화되고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로 고급 인력이 많이 오지 않을까 기대되는 측면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 교수는 1996년 미국 퍼듀대에서 전기공학·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2001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4년부터 국내 대학의 반도체 교육·연구 중심 기관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1999년 미국 인텔의 연구개발직, 2013년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도체 연구개발 사업을 관리하는 프로그램디렉터로 근무했고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사외이사를 맡는 등 정부·산업계에서도 활동하는 반도체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이 교수는 반도체 인재 육성 방안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대학과 기업의 계약 기간이 통상 5년 정도이며 대학 입장에서는 계약이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어 해당 학과 교수를 충분히 채용하기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정규학과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수도권 과밀화 방지법에 따라 수도권 대학은 반도체 학과를 늘리기 어렵고, 계약학과가 없는 비수도권 대학 졸업생은 취업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학점 교류·계절학기 수업 등 수도권·비수도권 대학 학생들이 함께 교육받을 기회를 늘리고, 거기에서 좋은 성적을 얻으면 취업할 길을 터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국내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이 엔비디아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인간의 두뇌처럼 컴퓨터의 작동을 제어하는 핵심 장치인 그래픽처리장치(GPU)·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데이터가 전달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특히 AI 기능을 위해 데이터의 저장 용량과 처리 속도가 중요해지고 있는데 그게 메모리 반도체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GPU 생산 기업 엔비디아의 영업이익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보다 훨씬 많았지만, 앞으로는 비슷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해서는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장비가 중요한데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우리나라와 기술 수준의 격차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삼성전자가 호남 일대에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립하는 방안 등도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패키징은 반도체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최종 제품으로 조립 생산하는 과정으로 AI 반도체 시대의 핵심 분야로 손꼽힌다. 이 교수는 “HBM을 필두로 한 패키징(후공정) 시대가 이미 열렸다”며 “반도체 성능 개선을 위해 회로 선폭을 줄이는 공정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반도체를 연결하는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HBM의 뒤를 이을 신기술로 연산과 저장 기능을 하나의 반도체 칩에 통합한 구조인 PIM에 주목해야 한다”며 “현재 시제품 개발이 진행 중인데 우리나라 기업들이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관련해선 최소 2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변화가 심한 IT업계에서 예측 가능한 범위인 향후 2~3년은 호황이 유지될 것”이라며 “AI 산업 가치의 과대평가에 대한 우려인 ‘AI거품론’이 오히려 꺼져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의 터보퀀트 등 메모리를 적게 사용하는 기술 개발로 수요 확대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비관적 전망에 대해서는 “기술로 줄일 수 있는 메모리 사용량보다 AI 에이전트 등 새로운 기능을 위해 필요한 메모리 사용량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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