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이 사상 처음으로 80% 돌파를 눈앞에 뒀다. 외국인투자가들이 한국 내 자산 재조정을 하면서 은행 대장주인 KB금융으로 밀려들어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해외 주주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해외 기관투자가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10일 기준 79.86%로 집계됐다. 전날에는 79.89%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한금융(61.48%)과 하나금융(68.20%), 우리금융(45.18%) 등 주요 금융지주와 비교해도 크게 높은 수준이다.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올해 들어 75~76%대에서 움직였지만 이달 79%대로 뛰었다. 직접적인 원인은 자사주 소각이다. 올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소각하겠다고 밝힌 기보유 자사주 1426만 2733주 소각이 9일 반영되면서다.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지분율이 크게 상승한 것이다.
큰 틀에서도 외국인 지분율은 꾸준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2023년 말 72.22%였던 외국인 지분율은 이듬해 말 77.09%로 뛰었다. 윤석열 정부의 밸류업 정책을 계기로 저평가 가치주에 대한 재평가 기대가 커졌고, 안정적인 이익과 높은 배당 성향을 갖춘 은행주가 외국인투자가의 주요 매수 대상으로 떠오른 결과다.
특히 KB금융은 국내 금융지주 중 순이익 규모가 가장 크고 보통주자본(CET1) 비율도 최상위권이다. 자본 여력이 클수록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 환원 정책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선호가 높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지분이 늘어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지주의 기업활동(IR) 담당 임원은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지는 것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해당 금융사의 지배구조와 회계 투명성, 주주 환원 정책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라며 “KB금융은 금융지주 대장주이자 시가총액이 가장 큰 회사인 만큼 밸류업 이후 외국인 자금이 가장 먼저 유입될 수 있는 종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대외 변수에 따라 외국인이 매도에 나설 때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점은 리스크”라고 덧붙였다.
주주 환원 확대 효과의 상당 부분이 외국인 주주에게 돌아간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KB금융의 올해 지배주주 순이익 증권사 추정치(6조 3710억 원)에 주주환원율 추정치 56%를 적용하면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전체 주주 환원 규모는 약 3조 57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외국인 지분율을 단순 적용하면 외국인 주주에게 귀속되는 효과는 약 2조 8500억 원에 달한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외국인 지분율 확대는 양면성을 갖는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배당 정책, 이사회 독립성 등을 중시하기 때문에 지배구조 개선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임나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외부 주주의 모니터링 압력이 강화돼 경영 투명성이 제고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해외 기관투자가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판단이 지나치게 커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기관투자가 상당수는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글래스루이스 등 자문사의 권고를 참고해 의결권을 행사한다. 또 다른 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현재도 회장 연임 등 주요 안건을 결정할 때 소수 글로벌 자문사의 권고가 주요하게 작용한다”며 “외국인 지분율이 높다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자문사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주시할 문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