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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탓’ 접은 한은

11.06.2026 1분 읽기

환율이 급등할 때마다 시장은 익숙한 곳에서 답을 찾았다.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와 ‘흰개미’의 국내 주식 매도다. 외환 당국도 한동안 이들의 달러 매수를 환율 불안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틀린 설명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하지도 않다. 투자자는 수익과 위험을 따라 움직인다. 이들의 선택만을 원화 약세의 이유로 보는 순간 정책의 시선은 구조가 아니라 눈앞의 수급에 갇힌다. 중앙은행의 권위는 누가 달러를 샀는지보다 왜 원화가 반복적으로 팔리는지를 묻는 데서 나온다.

최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개인과 외국인 수급보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과 대외 금리 차를 중심으로 환율을 설명했다. NDF는 실제 원화를 주고받지 않고 차액만 정산하는 역외 거래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으면 달러 자산의 매력이 커지고 이 흐름은 원화 약세 압력으로 이어지기 쉽다.

숫자도 이를 뒷받침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NDF 일평균 거래 규모는 3332억 달러로 3년 전보다 30% 가까이 증가했다. 원화는 인도 루피에 이어 두 번째로 거래 비중이 큰 통화로 원화·루피·대만달러·브라질헤알 네 통화가 전체 NDF 거래의 75%를 차지한다. 이미 원화는 국내 수급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역외 거래의 주요 대상이다.

위안화와 비교하면 원화의 취약성은 더 뚜렷하다. 중국은 시장 개방으로 가격 결정 기능을 역내로 가져오며 역외 NDF 의존도를 낮췄다. 반면 원화는 역외 시장의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 원화를 쓰는 나라는 한국뿐인데 원화 가격은 런던과 뉴욕 역외 시장이 좌우한다.

신 총재는 지난달 말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구두 개입 외에도 여러 대응 수단이 있다”고 밝힌 뒤 6월 들어 외국환은행 공동 검사와 외환시장 점검에 나섰다. 환율을 쫓기보다 거래 구조와 시장 행태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성패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원화 국제화와 NDF 시장 영향력 축소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환율 논의가 ‘누가 달러를 샀는가’에서 ‘왜 원화가 반복적으로 팔리는가’로 옮겨간 점은 분명하다. 중앙은행이 이제야 구조적 흐름을 보기 시작했다면 질문은 이전보다 본질에 가까워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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