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업계가 본격 성수기인 7~8월에 앞선 5월부터 최고 실적을 쓰는 이례적 호황을 누리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확대된 데다 원화 가치 하락까지 겹치면서 손님들이 게임에 투입하는 자금 규모마저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수익성을 가늠하는 홀드율은 세계 1위 카지노 도시 마카오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라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관광개발과 파라다이스, GKL 등 주요 카지노 사업자는 지난달 순매출과 드롭액(판돈) 등 핵심 지표에서 역대 최고 실적을 새로 썼다. 통상적 성수기인 7~8월에 앞선 시점에 이미 예년 성수기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롯데관광개발이 운영하는 제주드림타워의 5월 카지노 순매출은 494억 2400만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19.5% 뛴 수치로 5월 기준 사상 최고다. 전체 월별로도 4위에 해당한다. 이용객 역시 6만 3192명으로 23.4% 늘며 월간 기준 처음으로 6만 명 선을 돌파했다. 파라다이스는 게임 드롭액이 18.7% 증가한 7653억 원으로 월간 최대치를 경신했다. 드롭액은 고객이 게임을 위해 칩으로 바꾼 금액을 의미한다. GKL의 순매출도 431억 원으로 전년 동기(306억 원)보다 40.8% 급증했다.
이례적 호황의 배경은 지정학 변수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더해 지정학적 요인이 중국·일본 큰손들의 발길을 한국으로 돌렸다고 분석한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유가가 치솟으면서 원거리 대신 근거리 여행 선호가 강해졌고, 중국의 한일령 여파로 본래 일본을 찾던 중국 고객이 한국행을 택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5월 초 일본 황금연휴(골든위크)와 중국 노동절 연휴가 맞물린 점도 양국 방문객 폭증을 견인했다는 풀이다.
환율 효과는 판돈의 규모를 끌어올렸다. 방문 증가폭보다 드롭액 증가폭이 더 컸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파라다이스의 VIP 고객 총 방문일은 1만 7078일로 7.4% 늘어난 데 그쳤지만 총 드롭액 증가율은 18.7%에 달했다. GKL 역시 5월 드롭액이 3795억 원으로 16.0% 증가하며 방문객 증가율(6.75%)을 웃돌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화 약세는 외국인 방문 수요를 자극하고 체류 환경을 개선해 점진적으로 판돈을 늘리는 요인”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높으면 같은 달러로 더 많은 원화를 손에 쥘 수 있어 ‘싸다’는 인식에 평소보다 베팅을 늘리는 성향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수익성을 가늠하는 홀드율 측면에서는 세계 정상급 수준에 근접했다. 홀드율은 전체 드롭액 가운데 카지노 측이 게임에서 승리해 확보하는 금액으로, 높을수록 같은 판돈으로도 수익이 커진다. 제주드림타워의 5월 테이블 드롭액은 2075억 7400만 원으로 전년(1941억 9100만 원) 대비 6.9% 증가했으며, 테이블 홀드율은 22.6%를 기록했다. 롯데관광개발에 따르면 이는 세계 정상급 수익률을 자랑하는 마카오 코타이 지역 9개 초대형 복합리조트 평균(올 1분기 25.1%)에 바짝 다가선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 기조가 지속되는 한 7~8월 성수기에도 신기록 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관광개발의 올해 영업이익은 2012억 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보다 40.4% 많은 규모로, 현실화되면 연간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2000억 원대에 올라선다. 파라다이스와 GKL도 각각 21.3% 늘어난 1890억 원, 27.0% 증가한 669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흐름 속에 카지노 업계는 외국인 공략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파라다이스는 일본인 위주의 고객층을 다변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현재 이 회사 VIP 고객의 51.1%가 일본인이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주력 시장인 일본은 물론 중국 고객을 겨냥한 마케팅도 본격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관광개발은 이달 5주년 기념 바카라대회를 개최해 성수기 진입 전 공백을 메운다. 롯데관광개발은 “중동 정세 불안과 고유가에도 5월 실적이 이미 지난해 7~8월 성수기 기록을 크게 넘어선 만큼 올해 기대 이상의 성장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