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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침하면 韓경제 몸살…“메모리 이을 넥스트 챔피언 키워야”

10.06.2026 1분 읽기

정부가 사상 최고 수준의 반도체 호황 속에서 넥스트 반도체 산업 전략을 고심하는 것은 메모리 다운사이클이 단순히 산업 침체를 넘어 우리 경제 전반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 거시경제 성적표는 대체로 반도체 사이클과 유사한 흐름을 나타냈다. 10일 국가데이터처와 산업통상부 등에 따르면 직전 반도체 불황기였던 2022~2023년 당시 메모리반도체 가격 급락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은 2022년 8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15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이로 인해 전체 수출 실적은 12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으며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 수출이 꺾인 2022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12개월 연속 뒷걸음질 쳤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22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0.4% 감소하며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2020년 2분기 이후 10개 분기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고물가·고금리로 민간소비가 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내린 데 더해 반도체 수출 부진으로 인한 순수출(수출-수입) 감소도 성장률을 0.6%포인트 낮춘 결과였다. 이후에도 우리 경제는 2023년 1분기 민간소비 덕에 가까스로 역성장을 피하거나 2023년 2분기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순수출이 늘어나는 불황형 성장을 겪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 잠정치가 한국은행이 2월에 제시했던 전망치(0.9%)의 두 배에 달하는 1.8%를 기록한 것과 크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중동 전쟁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성장률 급반등을 이끌어낸 것처럼 다운사이클은 성장률 급하락 또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코로나19로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폭증하기 직전에 찾아왔던 반도체 불황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2018년 12월 7.25달러였던 D램 8Gb(기가비트) 가격이 2019년 말 기준 2.81달러로 1년 만에 60% 급락하는 등 주요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2019년 한 해 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0.3% 감소했다. 당시 부진한 반도체 산업은 광공업 생산과 설비투자지수도 계속해서 끌어내렸다. 특히 경기선행지수로 불리는 설비투자는 2018년 5월부터 2019년 8월까지 16개월 연속 감소해 긴 침체에 빠졌다.

더 큰 문제는 반도체 불황이 경기 침체기에 정부의 재정 여력마저 감소시킨다는 점이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2019년 반도체 불황을 겪은 직후인 2020년 법인세 규모는 55조 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 급감했다. 2022년 103조 6000억 원에 달했던 법인세는 2022년 하반기~2023년 반도체 다운사이클을 겪으며 2023년 80조 4000억 원, 2024년 62조 5000억 원으로 2년 연속 쪼그라들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나라 곳간까지 빈곤하게 만든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GDP 깜짝 성장, 글로벌 수출 5강 달성, 수출액 역대 최대 달성 등 호실적에 취하기보다는 다음 사이클에 대비할 필요성이 더 커지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반도체발 초과 세수 활용 방안과 관련해 “미래 세대를 위한, 또 대한민국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방향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며 “반도체 시장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 등 비(非)메모리 산업의 역량을 제고할 필요성도 크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팹리스 매출 비중은 전 세계 1%에도 미치지 못해 재정 여력 등이 있을 때 과감한 투자를 해 챔피언 기업을 키워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업들도 슈퍼사이클 이후 먹거리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방한을 계기로 양 사 간 차세대 메모리 개발과 수급을 위한 장기 기술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개발과 AI 팩토리 구축에 필요한 메모리를 SK하이닉스가 다년간 공급하는 협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빅테크들과 기존 분기나 1년의 메모리 공급 기간을 3~5년으로 늘리는 장기공급계약(LTA)을 확대하는 추세다.

양 사는 또 현재의 메모리 우위를 살려 고대역폭플래시(HBF),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프로세싱인메모리(PIM) 등 차세대 반도체 기술 선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HBF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용량 한계를 보완해 갈수록 급증하는 AI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저장·관리하는 새로운 낸드 장치다. 양 사 모두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을 개발 중이다.

CXL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메모리 간 통신 속도를 높이는 ‘데이터 고속도로’다. 삼성전자는 최신 버전인 CXL 3.1을 적용한 D램을 개발하고 이르면 연내 양산한다. SK하이닉스 또한 네이버클라우드와 손잡고 핵심 기술을 개발·검증하고 있다. 연산과 메모리 기능을 합친 차세대 칩인 PIM 역시 양 사가 선점하기 유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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