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최근 집행부 인사를 두고 조직 내 다양성이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현송 총재 취임 이후 첫 인사에서 부총재보와 핵심 실·국장 자리가 잇따라 서울대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인사 편중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10일 서울경제신문이 현행 한은 집행 간부 체제가 정비된 1998년 이후 임명된 역대 부총재보 55명의 출신 대학을 전수조사한 결과 서울대 출신은 33명으로 60%를 차지했다. 연세대 13명(23.6%), 고려대 5명(9.1%), 성균관대 4명(7.3%) 순이었다.
한은은 전통적으로 서울대 출신 입행자와 간부 후보군이 많은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비서울대 출신도 꾸준히 집행부에 진출했고 검정고시·상고 출신 인사가 집행 간부까지 오르는 등 인사 저변이 넓어지는 흐름도 있었다.
그러나 5일 단행된 신 총재 체제 첫 인사에서는 서울대 출신인 이지호·김제현 부총재보가 임명됐다. 이동렬 조사국장, 임건태 인사경영국장, 조용범 금통위실장, 권성택 비서실장 등 핵심 실·국장 4명도 모두 서울대 출신으로 채워졌다. 통화정책과 조사, 인사, 금융통화위원회 지원 등 핵심 기능이 특정 학맥 중심으로 재편된 셈이다.
한은 안팎에서는 어렵게 쌓아온 인사 다변화 흐름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앙은행이 금융 안정, 디지털화폐(CBDC), 스테이블코인, 인공지능(AI) 등 복합 과제를 다루는 만큼 다양한 배경의 인재가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성별 다양성 측면에서도 격차가 크다. 공적 통화금융포럼(OMFIF)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중앙은행의 여성 총재 비중은 19%, 부총재급 여성 비중은 30%, 전체 고위직 여성 비중은 33%로 집계됐다. 반면 한국은행은 1950년 창립 이후 여성 부총재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고 부총재보도 2013년 임명된 서영경 전 부총재보가 사실상 유일한 사례다. 현재 집행부도 전원 남성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정치권과 공공 부문에서도 여성 국무총리 후보자와 다양한 대학 출신 인사들이 전면에 등장하는 등 인재 풀을 넓히려는 흐름이 뚜렷하다”며 “국제기구 경험이 풍부한 신 총재가 다양성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는데 기존 주류 인맥에 의존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