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이 올해 5000억 원 규모의 장기 연체 채권을 소각하고 서민·소상공인 자금 공급을 1조 5000억 원 늘리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K자형 양극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신한이 선제적으로 취약 계층 지원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금융은 10일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제5차 그룹 생산적 금융 추진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포용금융 2.0 ON(溫)’ 프로젝트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장기 연체 채권 소각 및 소멸시효 개선 △중저신용자 대상 상품 확대 △대안 신용평가 모형 활용을 통한 지원 규모 확대가 뼈대다. 연체 채권 정리와 신규 자금 공급, 신용평가 체계 개선을 함께 추진한다는 점에서 채무 부담 완화와 금융 접근성 제고를 동시에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우선 올 상반기 3300억 원 규모의 연체 채권을 먼저 소각하고 연말까지 소멸시효 도래 채권을 포함해 총 5000억 원을 정리한다. 신한은행은 올 2월 장기 연체 채권 576억 원을 선제적으로 소각한 데 이어 약 1200억 원을 추가 소각한다. 신한카드는 사망자 채권 또는 5000만 원 이상 고액 채권이라는 이유로 새도약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8년 이상 장기 연체 채권 약 1500억 원을 일괄 소각한다. 제주은행과 신한저축은행도 60억 원 규모의 소각에 동참한다.
소멸시효 연장 관행도 개선한다. 5년이 지난 채권은 시효 연장을 원칙적으로 차단하고 채무 조정을 먼저 추진하기로 했다. 불가피하게 시효를 연장하는 경우에도 3년이 지나면 다시 심사하는 절차를 신설한다. 장기 연체가 반복적인 시효 연장으로 이어지는 관행을 줄이고 오래된 빚의 굴레를 끊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신한금융의 관계자는 “회수 가능성이 낮은 채권을 정리하는 동시에 차주의 추심 부담을 덜어 금융 거래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포용금융 공급 규모는 당초 3조 원에서 4조 5000억 원으로 1조 5000억 원 늘린다. 중금리대출을 포함한 서민금융 2조 9000억 원, 소상공인 지원 1조 4500억 원, 미소금융과 상생 대환대출 대상 확대를 포함한 차별화 프로그램 1500억 원 등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둔화로 취약 차주와 영세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은행·카드·저축은행을 아우르는 그룹 차원의 지원에 나선 것이다.
다음 달 1일에는 ‘신한 상생대환대출Ⅱ’를 출시한다. 기존에는 신한저축은행 고객만 이용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전체 저축은행 이용 고객으로 대상을 넓힌다. 대출 한도는 최대 1억 원, 기간은 최장 10년이며 비대면 대출 이동 시스템을 활용해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기초연금 수급자 비상금 대출, 미소금융 성실 상환자 자산 형성 지원, 햇살론 보증료 캐시백, 시니어 안심 케어 서비스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신용평가 방식도 손질한다. 신한은행은 생활비, 공과금, 자동이체 내역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서민 대안 신용평가 모형’을 지난해 말 개발하고 3월부터 서민 신용대출 심사에 적용하고 있다. 올 3분기 출시 예정인 중금리대출 신상품에도 이 모형을 반영한다. 배달앱 ‘땡겨요’ 데이터와 제주은행 디지털 기업금융 브랜드 ‘DJ뱅크’의 전사적자원관리(ERP) 데이터를 활용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금 공급도 확대할 방침이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포용금융 2.0 ON’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금융회사가 사회적 책임을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방식”이라며 “금융 사각지대를 줄여 사회 안전망 역할을 다하는 기업 시민으로서 고객과 사회의 신뢰에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