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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수 보험연구원장 “위험에 노출된 취약층 보험료 비싸…적절한 보장이 보험의 역할”

10.06.2026 1분 읽기

“소득이 적을수록 고위험자가 될 가능성이 큰데 (가입이 어려워) 적정한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보장 격차를 줄이는 것이야말로 보험 산업이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김헌수 보험연구원장은 1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보험 업계에 포용 금융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보험은 불행에 빠질 수 있는 사람을 위해 다수의 사람이 이를 돕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위험이 클수록 보험료가 비싸지는 탓에 약자들은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사고나 질병 발생시 취약층을 더 어렵게 만든다.

김 원장은 이 때문에 보험연구원장을 맡으면서 장애인 같은 취약 계층에 대한 포용 금융 확대 방안 연구를 먼저 시작했다. 그는 “보험도 사회적 인프라가 되면서 한 번 소외되기 시작하면 데이터가 없어 계속 (가입이 안 돼) 소외되는 만큼 보험 풀을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보험사도 수익성을 추구하는 민간 회사지만 공익성을 외면하면 국민과 함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실손보험은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 실손보험은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중요한 사회안전망이다. 특히 의료비가 많이 들어가는 서민들에게 상대적으로 도움이 된다. 그러나 상품 자체의 지속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맹점이다.

김 원장은 “실손보험의 문제는 처음부터 위험 대비 보험료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는 것”이라며 “보험의 원칙을 벗어난 구조로 설계됐기 때문에 아무리 새로운 상품이 나오더라도 1·2세대 실손 가입자들이 전환할 유인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새로운 실손보험을 계속 출시해 점차적으로 급여 표준화가 이뤄져야 정상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부가 실손보험 개선을 위해 5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했으나 한 달 동안 전환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에 비해 보장 범위가 넓은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5세대 실손으로 전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단순히 상품 구조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손해율이 나빠지는 문제를 막을 수 없다”며 “비급여 통제가 전혀 되지 않는 상황인 데다 의료기관에서도 또 다른 비급여 항목을 만드는 등 풍선 효과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 전달 체계, 비급여 관리, 공·사보험 역할 분담 등이 결합된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7월부터 시행되는 ‘1200% 룰(보험 판매 첫해 모집 수수료를 월납 보험료의 12배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은 결국 소비자 후생 증진을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김 원장은 “1200% 룰과 함께 2027년부터 설계사 판매 수수료를 4년 동안 분급하면 수수료 위주의 판매 경쟁이 줄어들 수 있다”며 “유지율 측면에서 12회 차, 24회 차를 넘어 36회 차, 48회 차 유지율까지 보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N잡 설계사에 대해서도 소비자 후생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N잡 설계사가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좋은 계약을 판다면 바람직하지만 수수료만 생각하고 알바나 부업만 하고 빠져나가는 것이 문제”라며 “N잡 설계사라는 제도 자체가 잘못은 아니지만 장기적인 균형 관점에서는 부적절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23년부터 시행된 원칙 회계 중심의 국제회계기준(IFRS)17은 도입 당시 필요성을 주장했던 학계에서도 이 정도 부작용과 파급효과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IFRS17은 보험사가 가정과 방법론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해지율과 손해율·사업비율·할인율 등에 따라 실적이 달라질 수 있다. 계리적 가정을 자율로 맡기자 국내 보험사들이 보험계약마진(CSM)을 극대화하기 위해 낙관적인 가정을 세웠고, 이에 감독 당국도 뒤늦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규제 비용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김 원장은 “한국은 미국과 달리 자율이라고 하니 이익을 내기 위해서 부실한 근거로 낙관적인 가정을 내놓았다”며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면 좋을 줄만 알았는데 준비해야 할 것이 상당히 많았다는 것을 도입 당시에는 학계나 업계·당국도 정확하게 몰랐던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IFRS17의 자율성이 시장에서 검증될 수 있도록 공시와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시장금리 상승도 IFRS17 이슈와 맞물린다. 금리가 오르면 부채의 현재 가치가 감소하면서 지급여력비율(K-ICS)이 개선되는 측면이 있지만 보유 채권의 평가손이 커지는 문제도 동시에 발생한다. 금리 상승에 따라 저축성 보험이나 금리 경쟁력이 낮은 상품을 해지할 가능성 또한 적지 않다. 김 원장은 “보험사들이 금리만 오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는데 그건 IFRS4일 때 가능한 이야기”라며 “금리 방향이 한쪽으로 간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자산부채종합관리(ALM)와 자기자본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내 증시 상승률이 높아지면서 보험계약 등을 해지하고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현상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고령자나 유병력자일 경우 한 번 보험을 해지하면 다시 가입하기 어렵거나 보험료가 크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저축성 보험이나 투자형 상품에 있던 자산을 증시에 넣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면서도 “단 보장형 상품은 해지 후 다시 가입하려면 보험료가 올라가고 보장 공백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수 전원을 공격에 투입하더라도 김민재 선수 같은 수비수 한 명은 꼭 세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여러 보험사에 대한 인수합병(M&A)이 진행되는 가운데 보험 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의견도 내놓았다. 보험 업계에서는 국내시장 규모에 비해 보험사 수가 많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보험사 수 자체보다는 대형사 중심의 시장구조가 문제라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 이에 보험사 수 적정 여부는 단순 숫자로 판단하기 어렵고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국내시장은 당국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개입하면서 정상적인 시장 퇴출과 계약 이전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설명이다.

김 원장은 “장기 계약을 보유한 보험사가 갑작스럽게 퇴출될 경우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맞지만 경쟁에서 뒤처진 보험사들도 시장에서 제때 나갈 수 있어야 한다”며 “퇴출 시장이 경직돼 있기 때문에 구조 개혁이나 변화가 어려운 시장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퇴출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면 보유 계약을 다른 회사로 이전하거나 신계약을 받지 않고 기존 계약만 정리하는 런오프(Run-off) 등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험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건전성·수익성·성장성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저성장과 인구구조 변화, 금융시장 변동성, 소비자 신뢰,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 IFRS17과 K-ICS 등 제도 변화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시기인 만큼 대응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임기 내 과제로 보험 산업의 성장 기반을 다시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소비자 보호와 포용 금융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보험 시장이 성숙 단계로 들어선 만큼 수수료 중심의 과당 경쟁을 지속하기보다는 신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도록 조력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3월 취임한 김 원장은 1985년 부산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후 보험과는 다소 거리가 먼 선경종합상사(현 SK네트웍스)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잦은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미국 등 선진국에서 보험 산업의 미래를 보게 됐다. 당시 한국은 질병 보장보다는 저축성 보험만 판매하던 보험 후진국이었다.

미국 조지아주립대에서 보험 관련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95년부터 보험개발원 산하 보험연구소에서 보험 업계로 첫발을 디뎠다. 이후 순천향대 IT금융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다 올해 보험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1년에는 아시아태평양보험학회 회장, 2017년에는 한국보험학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업계 대표 전문가로 손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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