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
독일 서정시의 거장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젊은 시절에 조각가 오귀스트의 로댕 곁에서 비서 겸 평전 저술가로 잠시 머무르며 예술가의 태도를 관찰했고, 이후 쓴 시 ‘고대 아폴로의 토르소’(1908)의 마지막 구절에서 이같이 선언했다. 예술이 단지 시각적 유희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존재방식과 근본적 변화를 촉구해야 함을 강조한 이 문장은 오는 9월 5일부터 11월 15일까지 열리는 제16회 광주비엔날레의 제목이 됐다.
싱가포르 출신의 작가 겸 기획자 호추니엔(Ho Tzu Nyen) 예술감독을 중심으로 박가희, 브라이언 쿠안 우드, 최경화 큐레이터가 선정한 43팀의 참여작가 명단이 9일 공개됐다.
“변화를 신체와 지각이 재편되는 지속적인 실천의 과정으로 바라본” 이번 비엔날레의 지향점이 참여 작가들과 대표작의 면면에서 읽힌다. 스웨덴 출신의 니나 카넬의 작품 ‘상동곡’은 초음파 장치의 진동이 물을 미세한 안개로 변화시키고, 수분은 주변의 시멘트 가루를 서서히 굳게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인 초음파가 딱딱한 시멘트와 찰랑거리는 물의 형태를 변화시키는 것을 목격하며,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물들도 서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순환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함께 선보일 ‘양극단의 중간지점’은 무려 15년에 걸쳐 제작된 연작인데, 수천 볼트의 전류가 지나다니며 표면이 그을린 나뭇사지들로 이뤄진다. “릴케의 시에 영감을 준 토르소처럼, 완결된 형상을 제시하기보다 연결되지 않은 채 남겨진 ‘관계와 열린 가능성’을 드러낸다”는 게 비엔날레 측 설명이다.
스웨덴의 스톡홀름을 기반으로 확동하는 골딘+세네비의 ‘송진 연못’은 소나무의 끈적한 점액인 송진 2톤을 바닥에 부어 만든 보석처럼 반짝이는 호박색 웅덩이다. 소나무는 상처를 치유하고 해충을 막기 위해 송진을 분비하지만 인간은 바이오오일부터 항공유 등 산업적 착취로 이를 이용한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사오다트 이스마일로바는 주류 역사에서 소외됐던 중앙아시아 여성들의 경험과 구전 설화, 지역적 우주관을 불러낸다. 그의 작업은 우리가 알고 있던 삶의 풍경을 새로운 시선으로 재구성하게 한다.
A K 돌벤, 매튜 바니, 정금형, 안젤라 고는 긍정과 억제, 낯설게 하기와 재구성을 통해 신체가 끊임없이 생성되는 과정을 다룬다. 강이룬, 권병준, 박찬경, 김선익, 남화연, 임동식, 자연미술가 우평남(종선), 소치 허련과 그의 후손들인 ‘운림산방’과 허백련 등 한국작가를 비롯해 재클린 키요미 고크, 라픽 그레이스, 크리스티안 니얌페타, 아만다 헹 등이 참여한다.
호추니엔 예술감독은 “이번 비엔날레를 서로 다른 규모와 영역에서 이뤄지는 실천과 실험들이 한자리에서 서로 대화하고, 질문을 던지며, 무엇보다 서로의 목소리를 증폭시키는 만남과 연대의 장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9월 4일 프리뷰 이후 9월 5일 시작해 11월15일까지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