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복권 지출이 1년 새 60% 늘었다.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와중에도 투자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이 극히 낮은 확률의 인생 역전을 꿈꾸고 있는 셈이다.
8일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월평균 복권 지출은 428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0.8% 증가했다. 반면 중산층(3분위)과 고소득층(5분위)의 복권 지출은 각각 15.4%, 21.2% 감소했다. 복권 소비 증가는 저소득층 한정 현상이다.
필수 지출의 압박이 심해지자 저소득층은 기호품부터 손을 뗐다. 1분위 가구의 주류 지출은 6974원으로 9.0% 감소했고, 담배 지출도 1만4843원으로 11.8% 줄었다.
반면 피할 수 없는 비용들은 가파르게 올랐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23만8614원으로 3.3% 증가했고, 실제 주거비는 11만4509원으로 6.6% 늘었다. 대출 이자 비용도 2만4339원으로 23.9% 급증했다.
문제는 소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실질소득은 98만8214원으로 0.6%만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지출은 4.9%, 소비지출은 5.1% 늘었다.
결과는 적자의 확대다. 올해 1분기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적자액은 43만8174원으로 201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의 부담이 저소득층에 집중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복권 수요는 역으로 증가했다. 생활이 어려울수록, 돈이 없을수록 극소의 비용으로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복권이 심리적 위로가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실이 어렵더라도 술·담배까지 줄이면서도 복권을 구매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심리를 반영한 것이라 본다.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기대를 유지하기 위한 소비 행태라는 분석이다. 최근 주식시장 상승을 주도하는 반도체주 등은 저소득층의 소득 수준으로는 접근하기 어렵다며, 이를 대체할 수단으로 복권을 선택한다는 설명인 셈이다.
주식시장 호황이 모두를 위한 것은 아니라는 현실이 복권 수요 증가로 드러났다. 투자 기회 앞에서 저소득층은 처음부터 배제되어 있고, 남겨진 선택지는 복권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