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가 2027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유사·중복성이 있는 신규 사업 80건을 걸러내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차단 건수가 최근 5년 내 최대치인 68건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목표를 더 높여 잡으면서 재정건전성 관리에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처는 2027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 적용되는 신규사업 유사·중복 차단 목표를 80건으로 잡았다. 지난해 차단 실적 68건보다 12건 많은 수준이다. 기획처는 각 부처가 새로 요구한 사업이 기존 사업과 겹치는지 살펴본 뒤 예산안 반영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목적이나 지원 대상, 사업 내용이 비슷하다고 판단되면 정부안에 넣지 않는 방식이다.
유사·중복 사업 논란은 예산 편성 때마다 되풀이돼왔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25년도 예산안을 검토했을 때도 중복 우려가 있는 사업이 17개로 파악됐다. 관련 예산은 1987억 원어치였고 부처도 11곳에 걸쳐 있었다. 산업통상부의 원전 생태계 금융 지원과 소형모듈원전(SMR) 산업 생태계 지원은 금융위원회의 원전산업성장펀드와 기능이 겹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 5개년 예산안 중 실적까지 공개된 사례는 2023년도 예산안이다. 당시 정부는 부처가 새로 요구한 사업 가운데 기존 사업과 겹친다고 본 42개 사업을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았다. 이렇게 걸러낸 신규 사업은 5337억 원어치였다. 신규 보조 사업 적격성 심사에서도 사업 50건이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해당 사업들의 요구액은 3조 1000억 원어치였다.
2023년 사례를 단순 계산하면 유사·중복 차단 사업 1건당 약 127억 원이 걸러진 셈이다. 올해 목표인 80건에 대입하면 차단 대상 규모가 1조 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기획처 관계자는 “차단 금액은 목표로 잡지 않는다”며 “부처가 어떤 규모의 신규 사업을 요구하느냐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 만큼 편성이 끝난 뒤에야 확정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규 사업 심사가 깐깐해지는 것은 정부의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 기조와 맞물려 있다. 정부는 2027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에서 재량지출은 15% 줄이고 의무지출도 10%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구조조정 대상도 일부 재량 사업에서 모든 재정 사업으로 넓혔다. 단순 감액을 넘어 사업을 폐지하거나 제도를 고치는 방안까지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기획처는 앞서 2027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을 공개하면서 50조 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구조조정 규모인 27조 원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미 편성된 사업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새로 들어오는 사업도 처음부터 중복 여부를 걸러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보조 사업 구조조정도 강화된다. 기획처는 국고보조사업 구조조정 이행률 목표를 96%로 잡았다. 최근 3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실적 94.7%보다 1.3%포인트 높다. 통합 재정 사업 성과평가 결과를 예산안 편성 때 반영해 성과가 낮거나 낭비 요인이 있는 사업을 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이날 개최된 ‘지출 구조조정 열린 토론회’에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은 올해가 아니면 할 수 없다”며 “기획처가 선봉에 서서 반드시 완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