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8일 기업의 초과이윤 활용 문제와 관련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성급한 제도화에 선을 그었다. 특히 한국만 먼저 초과이윤 분배 논의에 나설 경우 “기업이 탈출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국제적 공조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초과이윤 분배’ 논쟁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히면서도 시기상조론을 제시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최근 삼성전자 영업이익 배분을 둘러싼 노사 갈등을 언급하며 “과거에는 회사 이익이 많이 남으면 임금을 올려달라고 했지 영업이익 자체를 나눠 갖자고 하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며 “옛날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도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이런 요구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초과이윤 문제가 앞으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는 점은 인정한 것이다.
실제 산업화 시대에는 기업 이익이 임금 상승과 고용 확대,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했다. 그러나 AI와 로봇이 노동을 대체하는 미래에는 기업의 생산성과 수익성은 높아지는 반면 노동 소득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은 더 많이 생산하지만 이를 구매할 소비자의 소득 기반은 약화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도 국가 단위의 선제적 제도화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문제는 한국 안에서만 논쟁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전 세계적인 공통 의제가 될 것이고 국제 무역 질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이 먼저 제도화에 나서는 데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한국만 먼저 이런 논의를 하게 되면 기업들이 탈출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한국에 영업이익률이 높을 경우 일부를 떼어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있다고 인식하면 해외 기업들도 국내 투자를 꺼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라며 “사실상 법인세를 올리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초과이윤 분배는 법인세보다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국가 산업 정책에도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반면 기업의 초과이윤과 달리 초과세수 활용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잠재성장률을 회복하고 장기 투자에 나서는 방향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선 초과세수를 일반 세수처럼 재정지출에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많이 들어오면 많이 쓰고 적게 들어오면 적게 쓰는 것은 재정의 역할을 포기한 바보 같은 짓”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채를 줄이는 것이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다”라며 “현재 1조 원의 가치가 미래의 1조 원보다 크다면 지금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정말 중요한 과제인데 빚을 갚는다고 성장률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성장 동력 확충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인구도 줄고 노동생산성 문제도 있어 잠재성장률이 1%대 중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금은 미래를 위한 투자에 나설 때”라고 했다.
투자 분야로는 반도체와 차세대 성장 산업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투자해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민간이 하기 어려운 영역에 국가가 대대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이 어려운 상황인데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해놓으면 다음 세대에 희망을 줄 수 있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매년 씨를 뿌려 그해 수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대에는 수확하지 못하더라도 30년·50년·100년 뒤 후손들이 사용할 숲을 가꾸거나 생산성이 높은 과수나무를 심을 수도 있다”고 초과세수 활용을 농사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 같은 구상에 따라 정부는 초과세수를 별도로 관리·운용할 독립 기금 조성을 추진할 방침이다. 일종의 재정 완충장치를 마련해 미래 투자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초과세수는 국부펀드 재원으로 활용하고 그걸로 또 돈을 버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가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