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1560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기업의 달러 예금이 사흘 만에 35억 달러 가까이 급증했다. 금융 당국은 외국인투자가의 국내 주식 매도, 미 국채금리 상승과 함께 법인이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환전하지 않고 있는 것이 원화 약세의 한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4일 기준 법인 달러 예금 잔액은 533억 9000만 달러로 지난달 말 대비 34억 6100만 달러 증가했다. 영업일 기준 사흘 만에 무려 5조 3900억 원가량의 예금이 늘어난 것이다.
금융 감독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환율은 심리인데 (원화) 추가 약세를 전망하고 있는 기업들이 수출 후 받은 달러를 바꾸지 않고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약 524억 달러까지 불어났던 법인 달러 예금은 환율을 고려한 당국의 직간접적인 압력에 계속 쪼그라들며 올 3월 말에는 447억 달러 수준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4월 들어 480억 달러로 다시 증가하더니 5월 말(499억 2000만 달러)을 거쳐 이달 들어서는 35억 달러가량 늘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원화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NH농협은행은 3분기까지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가 이어질 수 있으며 약 150조 원의 자금이 추가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 경우 원·달러 환율은 1590원대까지 상승할 수 있다. 법인의 달러 예금이 풀리지 않으면 환율 상승 속도가 더 가팔라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환율 추가 상승에 대비해 기업들이 원자재나 대금 결제, 해외 송금, 투자 자금으로 달러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