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6일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561.5원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6일(장중 1597.0원) 이후 17년 3개월 만의 최고치였다. 이날 오전 2시 마감에서는 주간 거래보다 19.9원 높은 1559.0원으로 거래를 마쳤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크다.
실제로 2분기 평균 환율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들어 5일까지 평균 환율(주간 거래 종가 기준)은 1490.98원으로 1998년 1분기(1596.88원) 이후 약 28년 만에 가장 높다. 올해 평균 환율만 해도 1477.06원으로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1420.97원)를 웃돈다.
금융권에서는 원화 약세의 이유로 △외국인들의 대규모 주식 매도 △미 국채금리 상승 △달러 강세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변동성 등을 꼽는다. 올 들어 외국인투자가는 국내 주식을 118조 원 넘게 팔아 치웠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함께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연 4.5%를 넘나드는 것도 원화 약세의 요인이다. NDF 시장은 거래량이 많지 않고 실제 통화 거래가 동반되지 않아 그동안 원화 변동성의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 법인의 달러예금 보유가 한몫하고 있다는 점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법인 달러예금은 올해 저점이었던 3월 말 447억 2200만 달러에서 이달 4일 현재 533억 9000만 달러로 86억 6800만 달러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 달러예금은 124억 9600만 달러에서 121억 7100만 달러로 3억 2500만 달러 줄었다.
김진욱 한국씨티은행 한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7일 “수출 금액 자체가 과거보다 커진 만큼 수출기업의 원화 환전 금액도 늘고 있다”며 “다만 벌어들이는 달러가 더 크게 늘면서 환전 이후에도 기업들이 보유하거나 예금으로 남겨두는 달러 규모가 함께 커지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당국의 판단도 비슷하다. 금융감독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투자 대기 자금이라고는 하지만 기업들이 수출 대가로 받은 달러를 환전하지 않고 예금으로 두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굳이 바꾸지 않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환율이 더 치솟을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환차익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업들의 달러가 외환시장에 충분히 풀리지 않을 경우 환율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수출기업이 해외에서 받은 달러를 원화로 바꾸면 시장에는 달러 공급이 늘어난다.
지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수출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달러가 증가하며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1분기 경상수지 흑자는 744억 달러로 중국에 이어 전 세계 2위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율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수출 업체들도 환전을 미루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은 기업들의 달러예금 보유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고환율이 계속되면 수입물가 상승으로 취약 계층과 내수 기업의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시중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금융 부담을 더 키우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시장 수급이 매수에 쏠려 있어 환율 상단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점인 1590원대까지 봐야 한다”며 “하반기에도 환율이 1470~1600원에서 오르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