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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지 부족 투표소 50곳 달해…“비상 매뉴얼도 없었다”

05.06.2026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허철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오민석 서울선거관리위원장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중앙선관위는 사전투표율 증가에 따른 비용 절감과 폐기 부담 때문에 선거일 투표용지를 선거인 수의 50% 수준으로 감축 인쇄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투표소별 수요 편차와 비상 이송 절차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안일한 대응이 초유의 참정권 침해 사태를 불러왔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5일 “최근 선거에서 사전투표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선거일 투표용지가 과다하게 남는 경향이 있었다”며 감축 인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사전투표를 한 선거인은 선거일 투표 대상에서 제외되는 만큼 선거인 수의 100%를 인쇄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내부 연구 결과와 일선 위원회 의견을 반영해 지침과 사무편람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송파구의 경우 선거인 수의 50%, 일부 투표소는 60%를 기준으로 투표용지를 인쇄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사전투표율 23.3%를 감안하면 전체 물량 자체는 부족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투표소별 선거일 투표자 수에 편차가 생기면서 일부 현장에서 투표용지가 모자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감축 인쇄 이후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서울 35개, 부산 8개, 대구 7개, 인천 6개, 울산 3개, 경남 8개 투표소에 투표용지가 추가 송부됐다. 실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는 송파구 14곳을 포함해 모두 50곳으로 파악됐다. 투표가 일시 중단됐다가 재개된 투표소도 22곳에 달했다.

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송 절차를 마련하지 못한 점은 미흡했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선관위의 해명에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투표권 보장보다 남는 용지 처리 문제를 앞세운 판단이 현장 혼란을 키웠고 비상 상황에 대비한 매뉴얼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공개한 송파구와 선거관리위원회 공무원 단체 대화방 내용에 따르면 투표 당일 오후 2시부터 투표용지 추가 배부 여부를 묻는 문의가 빗발쳤다. 투표 종료까지 4시간가량 남아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추가 투표용지 배부가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선관위의 늑장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선거인 수의 50%에도 미치지 못한 정황 또한 포착됐다. 이날 한 투표소 내부에서는 송파구 선거관리위원회가 해당 투표소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투표용지 박스가 발견됐다. 박스 겉면에 적힌 투표용지 인쇄 매수는 총 1900매였다. 해당 투표소의 선거인 수는 3856명으로 파악된다. 애초 투표용지가 선거인의 49.3% 분량만 준비됐던 셈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여파도 확산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는 8일 노 위원장 등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한 서민민생대책위원회 관계자를 상대로 고발인 조사를 한다. 선관위 책임론이 커지면서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둘러싸여 2박 3일 동안 봉쇄됐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의 투표함 2개는 이날 오전 경찰에 의해 반출돼 개표가 완료됐다. 오전 10시부터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진행된 잠실7동 제2투표소 투표함 개표는 오후 3시 20분께 끝났다. 이에 따라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도 법적으로 확정됐다. 오 시장은 257만 5819표(49.22%)를,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51만 5560표(48.07%)를 얻었다. 서울시의회 비례대표 의석도 당초 더불어민주당 8석, 국민의힘 7석에서 국민의힘 8석, 민주당 7석으로 뒤바뀌었다.

시위대가 투표함 반출 이후에도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 앞과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등으로 이동해 시위를 이어갔다. 경찰은 이날 집회 참가자를 약 250명으로 추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참가자들은 “부정선거 책임져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현장에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김은혜·주진우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도 합류해 선관위 측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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