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는 등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외식업계가 본격적인 가격 인상 행보에 나섰다. 미국과 이란 전쟁 장기화로 원재료 수급이 불안정한 가운데 환율도 안정을 되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버거부터 커피 등 외식업계가 가격 인상을 통한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4일 더본코리아는 이달 9일부터 11개 브랜드의 가격을 올린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롤링파스타의 경우 샐러드·사이드류 4종의 가격을 20.4% 인상한다. 빽보이피자의 피자류 12종도 20.2% 올린다.
메가MGC커피도 이달 19일부터 ‘할메가커피’ 3종의 가격을 200원씩 인상한다. 이에 따라 할메가커피는 1900원에서 2100원으로, 할메가미숫커피는 2900원에서 3100원으로, 왕할메가커피는 3200원에서 3400원으로 각각 오른다. 회사 측은 “해당 메뉴의 주요 원료인 동결건조(FD) 커피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전쟁과 환율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 압박 속에서 가맹점의 수익 보전과 품질 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커피 브랜드는 올 들어 가격 인상을 이어가고 있다. 커피빈은 올 1월 드립 커피와 디카페인 원두 변경 옵션 가격을 200~300원 올린 데 이어 이달부터 바닐라라떼 스틱의 가격을 최대 8.1% 인상했다. 3월에는 바나프레소가 일부 메뉴의 가격을 최대 700원 올렸으며, 5월에는 이디야커피와 더벤티가 각각 100~500원씩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린 바 있다.
런치플레이션의 여파로 인기를 끌고 있는 버거 브랜드도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올 2월 한국맥도날드가 빅맥 등 35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2.4% 올렸으며, 버거킹도 와퍼 등의 가격을 평균 1.07% 올렸다. 3월 들어서는 맘스터치가 싸이버거의 가격을 300원 올리는 등 평균 2.8% 가격 인상을 시행했으며, KFC코리아도 징거버거 등 일부 메뉴의 가격을 200~300원 올렸다. 롯데리아도 지난달 28일부터 평균 2.9%의 가격 인상을 진행하며 이 같은 행렬에 합류했다.
가격 인상 대신 중량을 줄인 경우도 있다. 굽네치킨은 이달 1일부터 계육 수급 불안을 이유로 닭다리살 순살과 윙봉, 통다리 메뉴의 중량을 기존 800g에서 700g으로 줄였다.
외식 물가는 올 들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개인서비스(외식비) 가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923원이었던 서울의 칼국수 가격은 올 4월 1만 38원으로 약 1.2% 올랐다. 같은 기간 삼겹살(환산 후·200g) 가격도 2만 850원에서 2만 1321원으로 2.2% 올랐으며, 비빔밥(1만 1577원→1만 1692원)과 짜장면(7654원→ 7731원), 칼국수(9923원→1만 38원), 냉면(1만 2500원→1만 2615원), 김밥(3723원→3800원) 등도 올랐다.
이 같은 가격 인상 배경으로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재료비 부담이 꼽힌다. 커피 원두를 비롯해 소고기·돼지고기·밀가루 등 주요 식재료 상당수가 수입산인 만큼 환율 상승은 곧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3원 오른 1529.7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말 1447원보다 5.7%나 오른 수치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리스크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하반기에도 이 같은 인상 행보가 계속될 수 있다”고 전했다.
외식업계의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경우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올 3월 2.2%에서 4월 2.6%, 5월 3.1%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5월 생활물가는 3.3% 상승했으며, 축산물 가격은 5.8%, 수산물 가격은 5.0% 오르는 등 먹거리 물가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