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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를 분류하는가”…경계를 묻는 ‘1인 35역’ 모노드라마

04.06.2026 1분 읽기

두산아트센터가 올해 ‘두산인문극장 2026: 신분류학’의 마지막 공연으로 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를 오는 6월 24일부터 7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선보인다.

‘나는 나의 아내다’는 미국 극작가 더그 라이트의 대표작으로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과 토니상 최고 연극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독일의 실존 인물 샤로테 폰 말스도르프의 삶을 바탕으로 쓰였으며, 1인 35역의 모노드라마 형식을 통해 한 인물을 둘러싼 다양한 기억과 증언, 해석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작품은 미국의 극작가 더그가 독일 통일 이후 동베를린 출신의 독특한 인물 샤로테를 취재하면서 시작된다. 생물학적으로는 남성이지만 여성의 정체성을 지닌 샤로테는 나치 독일과 동독 사회주의 체제를 모두 거치며 살아남은 인물이다. 그는 19세기 말 가구와 축음기, 시계 등을 수집해 자신의 집에 ‘그륀더짜이트’ 박물관을 만들고, 과거 성소수자들의 문화 공간이었던 카바레 ‘뮬락리쩨’의 흔적을 보존해왔다.

이번 공연은 올해 두산인문극장의 주제인 ‘신분류학(New Taxonomy)’과 맞물려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초연 당시에는 샤로테라는 특별한 인물의 삶 자체에 주목했다면, 이번에는 한 사람을 규정하고 분류하려는 사회의 시선과 그 한계를 탐색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제작진은 샤로테를 단순히 트랜스젠더라는 정체성으로 설명하기보다 역사와 정치, 사회적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며 살아온 복합적인 존재로 바라본다. 관객 역시 샤로테를 이해하려 하고 분류하려는 과정 속에서 자신이 가진 기준과 판단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되돌아보게 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한 명의 배우가 35개의 역할을 소화하는 모노드라마 형식이다. 샤로테뿐 아니라 극작가 더그, 친구 존, 가족과 주변 인물들까지 모두 한 배우가 연기한다. 빠르게 전환되는 인물과 시점을 따라가며 관객은 단일한 진실 대신 서로 충돌하는 기억과 증언들을 경험하게 된다.

출연진도 눈길을 끈다. 2013년 국내 초연 당시 샤로테 역을 맡아 동아연극상과 대한민국연극대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던 지현준이 12년 만에 같은 역할로 돌아온다. 여기에 최근 연극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백석광이 새로운 샤로테로 합류한다. 초연을 연출했던 강량원도 다시 지휘봉을 잡아 작품의 완성도를 더한다.

이번 공연은 접근성 확대에도 힘을 쏟는다. 전 회차에 한글 자막 해설을 제공하며 휠체어석, 안내 보행, 문자 소통 서비스를 운영한다. 시각장애 관객을 위한 터치투어와 청각장애 관객을 위한 수어통역 및 문자통역 서비스도 마련된다.

2013년 시작된 두산인문극장은 ‘빅 히스토리’, ‘예외’, ‘갈등’, ‘이타주의자’, ‘푸드’, ‘공정’, ‘권리’, ‘지역’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동시대 사회를 성찰해왔다. 올해는 ‘신분류학’을 주제로 기존의 경계와 분류 체계를 다시 질문하는 프로그램을 이어왔으며, ‘나는 나의 아내다’는 그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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