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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원화코인 합종연횡…신한·KB·토스 비공개 회동

02.06.2026 1분 읽기

신한금융그룹이 KB금융과 토스, 지방은행 등과 함께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하나금융이 두나무와 네이버로 이어지는 협력 축을 빠르게 구축하고 증권사들도 주요 가상화폐거래소 지분 확보에 속도를 내면서 은행들의 공동 대응 움직임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금융과 KB금융·토스·IBK기업은행·BNK금융·iM뱅크 등은 1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비공개 디지털자산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는 원화 코인 법제화와 디지털자산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자리에는 각 사 임직원 30명 안팎이 참석했다.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와 한서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디지털자산 시장 흐름과 제도 변화 등을 주제로 강연했고 이후 참석자들은 자유 토론을 통해 향후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KB금융은 이번 회동과 관련해 “핵심 금융사들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원화 코인 컨소시엄 구성을 염두에 둔 업무협약(MOU) 체결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지방선거 이후 정책·시장 상황을 더 지켜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계에서는 이번 회동이 하나금융의 최근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나금융은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지분 6.55%를 인수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원화 코인 유통 컨소시엄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경쟁 축이 단순 발행을 넘어 거래소, 증권사, 빅테크, 지급결제망을 포괄하는 온체인 금융 생태계 경쟁으로 확대되자 다른 금융사들도 개별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하나금융을 중심으로 한 선점 구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짜이고 있다는 점이 은행들의 위기감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금융이 두나무와 손잡은 데 이어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과의 연결 가능성까지 부각되면서 원화 코인 시장에서 발행 은행의 신뢰도뿐 아니라 실제 이용자 기반과 유통 채널, 결제 접점이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원화 코인 시장이 열리면 발행 주체의 신뢰도만큼이나 플랫폼과 거래소, 지급결제망을 누가 확보하느냐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 변수도 은행들의 움직임을 자극하고 있다. 하나와 손잡은 네이버가 우버와 함께 배달의민족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배달 앱 ‘땡겨요’를 운영하는 신한금융 역시 관련 합종연횡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해석이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두나무와 네이버를 잇는 컨소시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 다른 대형 금융그룹이 이 축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은행계에서는 하나금융과 나머지 은행이 맞서는 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증권사들이 가상화폐거래소 지분 확보 경쟁에 나선 점도 은행들의 공동 논의를 앞당긴 요인으로 꼽힌다. 가장 두드러진 흐름은 국내 1위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를 중심으로 한 투자 확대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삼성SDS·삼성카드와 함께 두나무 지분 4%인 139만 주를 6128억 원에 취득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과 한화투자증권에 이어 삼성증권도 두나무 주주로 합류했다. 기존 주주인 한화투자증권도 최근 두나무 보유 지분을 5.94%에서 9.84%로 늘렸다.

투자 대상은 두나무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29일 글로벌 가상화폐거래소 OKX와 함께 국내 3위 거래소 코인원에 대한 전략적 지분 투자 계약을 맺었다. 한투는 총 15만 9610주를 확보해 코인원 지분 약 20%를 보유하게 됐다. 미래에셋그룹도 비금융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국내 4위 거래소 코빗 지분 92%를 인수하며 새 대주주로 올라섰다. 현재 해당 거래는 금융 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증권사들이 거래소 지분 확보에 속도를 내는 것은 토큰증권(STO), 실물연계자산(RWA), 원화 코인 등이 제도권으로 편입될수록 금융투자업과 가상화폐거래소의 경계가 옅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20~40대 투자자들이 거래소를 주요 투자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증권사 입장에서는 젊은 고객층과 신규 상품 유통 채널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원화 코인을 매개로 한 지급결제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힐 수 있다는 점 역시 주요 배경으로 거론된다.

은행권에서는 카카오의 행보도 변수로 보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압도적인 이용자 접점을 갖고 있고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 금융 계열사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시중은행들의 주요 협력 후보로 거론된다. 기업 거래 기반이 강한 우리은행과 전국 영업망을 갖춘 NH농협은행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당초 간담회에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실제로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그렇다고 향후 사업 협력 가능성까지 닫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국내 금융사들의 움직임이 여전히 신중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국과 비교하면 법제화 논의 속도가 더디고 은행들도 금융 당국의 기류를 살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업체들 사이에서도 한국은 홍콩이나 일본과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금융계의 온체인 금융 포모(FOMO) 현상이 나타나면서 협의체 구성과 MOU 체결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정작 블록체인 업계와 함께 실제 서비스를 설계하거나 기술 인프라를 구축하는 단계까지 간 사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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