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선거 한복판에 대부업이 호출됐다.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부업체 차명 운영 의혹이 발단이 됐다. 차명 운영은 불법 행위지만 선출직 인사가 대부업에 발을 담갔다는 사실만으로도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같은 당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도 대부업체 이사 겸직 논란에 휘말렸다. 상대 진영에서는 이들을 향해 “서민 등골 브레이커” “대부 브러더스”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치권의 거친 공방 속에는 대부업을 바라보는 뿌리 깊은 편견이 녹아 있다. 대부업의 사전적 의미는 ‘기한을 정해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영업’이라는 의미다. 대부업법상의 이자율 제한 조항 등은 모든 금융권에 적용된다. 그러나 유독 우리 사회에서 대부업은 고리 사채와 같은 의미로 통한다. 서민들에 살인적인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갚지 않으면 협박과 폭언을 일삼는 이미지가 강하다. 정치권 인사가 자극적 언사를 반복하는 이유다.
하지만 여기엔 오류가 있다. 합법적 대부업과 불법 사채를 혼동하는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업체는 금융 당국과 지방자치단체의 등록 심사·감독 아래 운영되는 제도권 금융이다. 법정 최고금리(연 20%)를 준수해야 하며 위법 행위가 발각되거나 요건을 미충족하면 등록 취소도 될 수 있다. 초고금리를 적용하고 협박성 추심을 서슴지 않는 불법 사금융과는 분명하게 구분된다.
금융 생태계 내 대부업의 역할에 대한 평가가 합당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현재 금융권은 일종의 계급처럼 신용 수준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기관이 사실상 구분돼 있다. NICE평가정보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은행업권 차주의 83%는 800점 이상, 저축은행업권 차주의 49%는 700점대, 대부업권 차주의 63%는 600점대 이하다. 취약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지 않게 대부업권이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잘 조명되지 않는다. 대부업권의 금리가 높은 건 사실이지만 부도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차주들 대상으로 영업한다는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올해 봄 취재 과정에서 방문한 대부업체의 모습은 예상과 달랐다. 이 업체 대표는 “손님이 오면 꼭 보여준다. 오해하지 말아달라”며 추심 부서 사무실을 소개했는데 위협과는 거리가 있었다. 최근 일부 대부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현상 역시 수익성뿐 아니라 산업 전체를 경시하는 사회 분위기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부업을 미화하려는 의도는 없다. 여전히 일부는 불법 사금융 연계 영업을 하고 불법 추심도 하고 있다. 다만 잘못된 프레임에서 벗어날 필요는 있단 것이다. 업계에서는 대부업이라는 단어가 심각하게 오염됐다며 차라리 개명을 해야 한다는 요구도 크다. 22대 국회에는 우수 대부업자에 한해 ‘생활 금융’이라고 부를 수 있는 대부업법 개정안이 발의됐만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은 낙인 찍기를 할 것이 아니라 대부업의 순기능을 인정하며 불법 사금융 확산을 어떻게 차단할 수 있을지 생산적 논의에 나설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