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명목 경제성장률이 10%에 근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연내 81%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직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한국은행 금리 인상과 맞물리면 디레버리징이 자칫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서울경제신문이 시뮬레이션한 결과 올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10% 성장하는 동시에 가계대출 총량이 1.5% 증가하는 데 그칠 경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1.8%로 떨어진다. 지난해(88.6%)와 비교하면 6.8%포인트 급락하는 수치다.
같은 조건이 내년에도 유지돼 명목 GDP가 추가로 10% 성장하면 이 비율은 75.4%까지 내려간다. 당초 정부는 명목 성장률 4.9%를 전제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80% 도달 시점을 2030년으로 잡았는데 반도체 호황 덕분에 목표 달성이 3년가량 앞당겨지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핵심 동력은 반도체 수출 급증에 따른 경기 반등이다.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1.7%를 기록해 한국은행이 2월 내놓은 전망치(0.9%)를 대폭 상회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올해 명목 성장률이 10%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언급했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경제성장률 호조와 별개로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당국은 통상 가계대출은 경제 규모에 맞춰 늘어나지만 부동산 시장 과열을 차단하기 위해 올해 증가율 상한을 지난해(1.7%)보다 낮은 1.5%로 설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 목표로 제시한 대로 대출 총량 규제 1.5%를 유지할 계획”이라며 “경제성장률에 따라 대출 규제 방향을 바꾸는 건 너무 이른 이야기”라고 했다.
우려되는 점은 이 같은 경직적 대출 관리가 한은의 통화 긴축과 동시에 작동할 경우 금융시장에 이중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2회 올릴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만으로도 대출 수요가 위축되는데 총량 규제까지 겹치면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급격히 조정되고 실물경제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총량 규제의 부작용이 취약계층에 집중된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대출 한도가 줄어들수록 은행은 신용도가 높은 차주 위주로 여신을 운용하게 되고 서민·자영업자·소상공인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2금융권으로 내몰린다. 실제로 한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비은행 예금 취급 기관의 가계대출은 8조 2000억 원 늘어 직전 분기(4조 1000억 원)의 두 배에 달했다. 이에 고정된 총량 규제 대신 경기 국면에 연동하는 탄력적 관리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