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의 내부통제 책무 이행 업무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한다. 금융 사고와 제재 사례, 정책 변화 등을 AI가 분석해 임원별 대응 방안을 제안하고 부서별 점검 결과도 요약해주는 방식이다. 책무구조도 시행 이후 금융회사 임원의 관리 책임이 한층 구체화된 가운데 내부통제 점검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책무 이행 관리 체계 고도화 개발’ 사업을 공고하고 관련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이번 사업은 CEO와 임원의 관리 의무 이행 체계를 고도화하고 책무 이행 업무 전반에 AI 기능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 영역을 사전에 정해두는 제도다. 2024년 7월 개정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시행과 함께 도입됐으며 은행과 금융지주는 지난해 초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CEO와 임원이 담당 영역에서 관리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를 따지는 기준이 된다.
신한은행이 추진하는 AI 기능은 크게 외부 변화 모니터링, 점검 의견 요약, 책무 시뮬레이션으로 나뉜다. 우선 AI가 금융 당국 정책 자료와 보도자료, 뉴스, 타 금융기관 사고, 금융감독원 제재 사례 등을 모니터링한 뒤 신한은행 책무구조도와 연결한다. 특정 이슈와 관련된 업무를 맡은 임원에게는 필요한 점검 사항과 대응 방안을 자동으로 제안한다.
부서에서 매달 올리는 점검 자료도 AI가 요약한다. 부서원의 점검 의견과 개선 이행 현황, 부서장의 종합 의견을 정리해 임원에게 전달하고 이상 징후가 있는 부분은 별도로 짚어준다. 임원이 방대한 점검 자료를 일일이 확인하기보다 AI가 정리한 내용을 토대로 핵심 사안을 먼저 살펴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금융 사고 발생 전 내부통제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AI 시뮬레이션 기능도 도입된다. 가상의 사고 시나리오를 입력하면 AI가 재발 방지와 사고 예방을 위해 책무구조도상 어떤 임원이 어떤 관리 조치를 점검해야 하는지 도출한다. 사고 이후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그치지 않고 사고 이전 단계에서 점검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내는 사전 관리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CEO와 임원의 관리 의무 이행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플랫폼도 신설된다. 관리 조치별 점검 결과와 증빙 자료, 이사회·내부통제위원회 조치 요구 사항, CEO 보고 사항 등을 한 시스템에서 관리하는 방식이다. 민원과 뉴스, 정책 동향 등 외부 변화 자료와 책무구조도 주요 점검 결과, 개선 진행률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내부통제 대시보드도 함께 마련된다.
이번 시스템 고도화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내부통제 강화와 디지털 전환 기조가 맞물린 사례로도 볼 수 있다. 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내부통제 강화와 책무구조도의 실효성 있는 운영을 통해 소비자 신뢰를 확고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AI·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도 강조한 바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시행 이후 임원이 챙겨야 할 점검 항목과 외부 사건·사고에 대한 대응 필요성이 중요해졌다”며 “임원이 본인의 관리 의무를 적시에 심도 있게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