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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무역결제 확산…韓 기업 홍콩 우회 늘어나

27.05.2026 1분 읽기

연간 수백조 원 규모로 성장한 스테이블코인 기반 국제 결제가 글로벌 무역 현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제도 공백 탓에 홍콩 등을 경유해 우회적으로 대금을 주고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법인 실명계좌 제한과 외국환거래법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 결제 흐름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수출입 업체들 사이에서는 거래처 요청에 따라 테더(USDT), 유에스디코인(USDC) 등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무역 결제에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 아프리카 지역의 한 철광석 수출 업체는 국내 제조업체로부터 받을 대금을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정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남미권 가전제품이나 중고차 수입 업자들 사이에서도 한국 제품을 공급받은 뒤 스테이블코인으로 대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최근 단순 가상화폐 거래 수단을 넘어 실물 경제 결제 인프라로 빠르게 자리 잡는 모습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블록체인 데이터 업체 아르테미스 애널리틱스를 인용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결제 규모를 약 3900억 달러(약 587조 원)로 추산했다. 전체 결제 가운데 58%는 기업 간 무역 거래에서 발생했고 개인 간 송금(20%), 상품·서비스 결제(19%), 급여 지급(3%)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외환 인프라가 취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국제 결제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기존 스위프트망(SWIFT)은 송금에 수일이 소요되는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주말과 야간에도 24시간 실시간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내 제도가 이 같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비영리법인과 일부 가상자산사업자에 한해 제한적 매도 계좌만 허용돼 있을 뿐 일반 기업의 법인 실명계좌 기반 가상화폐거래소 이용은 사실상 막혀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 기업들이 홍콩 현지 법인이나 해외 파트너사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현금화한 뒤 달러로 송금하는 우회 구조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처리하기 어려워 스탠다드차타드(SC) 등 홍콩 현지 은행을 거쳐 달러로 환전한 뒤 다시 한국으로 송금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우회 구조에 따른 법률 리스크도 제기된다. 권오훈 차앤권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형식적으로 해외 법인을 끼워 넣어 신고 의무를 회피하는 구조로 판단될 경우 외국환거래법상 우회결제나 제3자 지급 위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둘러싼 제도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 시장의 ‘갈라파고스화’가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무역과 송금, 급여 지급 등 실물 경제 인프라로 확산하고 있지만 국내 논의는 여전히 투자자 보호와 거래 규제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김규윤 해피블록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을 단순 투자 자산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무역 경쟁력 차원의 인프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달러 스테이블코인 기반 외환 시장을 포괄하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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