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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코인에 CBDC를…은행권 ‘하이브리드’ 검토

27.05.2026 1분 읽기

은행권이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예금토큰을 원화 코인의 준비자산 관리 체계에 활용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원화 코인의 준비자산 일부를 CBDC 기반 예금토큰으로 보유하는 모델을 제시한 데 이어 은행들이 실제 사업화 가능성과 기술적 구현 방식을 점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구상이 구체화될 경우 그동안 대체재처럼 논의됐던 CBDC와 원화 코인이 제도권 안에서 병행·보완되는 구조로 발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iM뱅크을 비롯한 일부 은행은 CBDC를 원화 코인의 준비자산 보관·관리 방식에 접목할 수 있는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화 코인을 발행할 때 이에 상응하는 자산을 현금이나 예금, 국채 등으로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부를 디지털 형태의 안전자산으로 관리하는 방안까지 살펴보는 것이다. iM뱅크 관계자는 “아직 원화코인 관련 법제화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원화 코인과 CBDC를 연계하는 아이디어가 제시된 것은 알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구체적인 사업 논의에 착수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이 같은 모델에 관심을 두는 것은 원화 코인과 CBDC가 국내 지급결제 시장에서 동시에 논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원화 코인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한 가운데 한은도 일시 중단했던 CBDC 예금토큰 실험 사업인 ‘프로젝트 한강’ 2단계 테스트를 최근 재개했다. 원화 코인은 민간이 발행하는 디지털 지급수단에 가깝고 CBDC는 중앙은행 화폐 체계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출발점은 다르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두 흐름 모두 준비해야 하는 과제가 됐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CBDC와 원화코인은 서로 대체하거나 경쟁하는 개념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병행 가능성을 따져보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며 “은행들이 원화코인 사업과 CBDC 예금토큰 실험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만큼 두 체계를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모델도 검토 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상의 출발점은 한은이 지난해 10월 내놓은 백서다. 한은은 당시 ‘디지털 시대의 화폐, 혁신과 신뢰의 조화: 원화 코인의 주요 이슈와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시스템이 본격화될 경우 이를 외부 블록체인과 연결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민간이 발행한 원화 코인의 준비자산 일부를 CBDC 예금토큰 형태로 보유하면 발행과 상환 절차를 자동화하고 준비자산 보유 현황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다.

핵심은 원화 코인의 준비자산 범위에 CBDC를 포함할 수 있느냐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원화 코인 관련 법안과 정부가 준비 중인 법안은 발행사가 현금, 요구불예금, 단기 국채 등 유동성이 높은 안전자산을 준비자산으로 보유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다만 CBDC나 CBDC 실험과 연계된 예금토큰을 준비자산으로 명시한 조항은 아직 없다.

한은은 준비자산의 일부를 디지털화된 형태로 관리하면 발행·상환 과정의 검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원화 코인이 결제·정산 수단으로 확산될 경우 준비자산이 실제로 충분히 보유되고 있는지, 상환 요청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 체계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은 이 같은 구조를 실험하기 위한 기술검증(PoC)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법적 근거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본격적인 사업 추진보다는 기술적 연동 가능성을 사전에 점검하는 수준이다. 은행권에서는 향후 원화 코인 제도가 구체화되면 발행 주체뿐 아니라 준비자산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보관하고 검증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방은행을 중심으로는 원화 코인 활용 수요가 적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방자치단체 정책자금이나 지역화폐성 결제 수단에 원화 코인을 활용할 경우 자금의 사용처와 흐름을 보다 세밀하게 추적할 수 있고 지역 내 결제·정산 과정에서 수수료 절감과 정산 속도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기반 영업망을 갖춘 지방은행 입장에서는 원화 코인이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지역 금융 인프라를 고도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CBDC를 원화 코인의 준비자산으로 활용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원화 코인 규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고 현재 검토 중인 법안에도 CBDC를 준비자산으로 두는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다.

그럼에도 업계는 향후 시행령이나 하위 규정 논의 과정에서 관련 모델이 검토될 여지는 있다고 보고 있다. 발의된 법안들이 예금이나 국채 외에도 이에 준하는 안전자산을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을 담고 있는 만큼 CBDC 기반 예금토큰이 안전자산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원화코인 제도화의 핵심은 누가 발행하느냐 못지않게 준비자산을 어떻게 보관하고 외부에서 검증할 수 있느냐다”라며 “예금토큰을 활용한 준비자산 관리 모델은 CBDC와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 내에서 함께 작동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하나의 실험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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