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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성과급 사태는 모두가 패배자…勞, 사회연대 선제 제안을”

01.06.2026 1분 읽기

김현수

논설위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불거진 성과급 논란이 한국 사회의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떠올랐다. 반도체 호황이 낳은 초과이익 배분에 대한 논쟁은 단순한 임금 문제를 넘어 노동시장 양극화와 노노 갈등, 청년 고용 위기, 산업 경쟁력 문제까지 연결되고 있다.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사무총장은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성과급 사태는 한국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며 “노동계는 평등과 연대라는 본래 가치를 회복하고 경영계는 국가 차원의 경영 전략, 산업 전략, 사회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대기업 중심의 성과급 경쟁이 인공지능(AI) 및 로봇 도입을 가속화해 청년 고용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총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해법으로 사회연대기금 조성과 산업별 교섭 체계 구축을 제시하며 “노동과 자본이 함께 사회적 조정 장치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성과급 사태를 어떻게 평가하나.

△삼성전자 성과급 사태는 단순한 임금 갈등이나 노사 분쟁으로만 볼 수 없는 사건이다. 대기업 노동자들의 ‘더 높은 임금’을 향한 경쟁 심리에 불을 붙인 상징적 사건이다.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파급력은 개별 기업을 넘어 산업 전반과 사회 전체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성과급을 받은 당사자들에게는 정당한 보상일 수 있지만 많은 국민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주변 노동자들을 만나보면 “현타가 왔다”는 말을 한다. 청년들 가운데는 “열심히 공부하고 취업을 준비해도 저 수준의 보상을 받기는 어렵다”며 좌절감을 토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이번 사태에는 승자가 없다. 노동계는 평등과 연대라는 가치를 잃었고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과 산업 경쟁력 약화라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사회는 노동시장 양극화와 갈등 심화라는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들은 협상에서 승리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국가적·사회적 차원에서는 모두가 패배자가 된 사건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무엇인가.

△노사 모두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만 바라본 결과다. 기업별 교섭 체제 속에서 노사가 개별 기업의 이익과 성과에만 집중했다. 노동조합은 자기 기업의 울타리 안에만 갇히며 협상 결과가 노동시장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이 없었다. 특히 이번 사태는 노동계보다 오히려 경영계의 전략 부재를 더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경영계는 오랫동안 임금은 시장이 결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시장 논리만으로 노동시장을 운영하면 결국 임금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지고 사회적 갈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개별 기업의 경영과 산업의 국제 경쟁력에도 부담이 된다. 이번 논란은 그런 결과가 현실로 나타난 사례다.

-성과급 갈등이 다른 산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논란은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중소기업 노동자 10년치 연봉이 대기업의 1년 성과급과 맞먹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자동차, 철강, 조선, 정보기술(IT) 등 주요 산업 노조들도 삼성전자의 성과급 협상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 성과급과 임금 인상 요구는 앞으로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 노조가 임금 인상에 성공할수록 다른 업종 노조들도 비슷한 수준을 요구하게 된다. 결국 노동시장 전체의 임금 격차와 갈등 구조가 더욱 확대될 것이다.

-노노 갈등도 심화되지 않을까.

△이미 시작됐다고 본다. 삼성전자 사례에서도 정규직끼리의 사업 부문 간 갈등이 드러났다. 앞으로는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 청년 세대와 기성 세대 간 갈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상층 노동자와 하층 노동자 사이의 감정적 갈등이 심각해질 수 있다. 과거 노동운동은 노동자 전체의 이해를 대변하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노동시장 내부의 격차가 너무 커졌다. 같은 노동자라고 해도 처한 조건이 완전히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 연대’라는 구호만으로 갈등을 봉합하기는 어렵다.

-노동시장 변화의 기폭제가 될까.

△성과급 경쟁과 임금 상승은 결국 AI와 로봇 도입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 입장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노동 비용을 계속 부담하기보다 자동화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일 수 있다. 실제로 대기업뿐 아니라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들 역시 자동화 설비를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AI와 로봇의 비용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성과 비용을 고려할 때 자동화 투자를 확대할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청년 고용에 영향은.

△청년 고용 문제는 앞으로 훨씬 심각해질 수 있다. 지금 청년들도 취업난을 겪고 있지만 앞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할 청소년·아동 세대는 더 어려운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노동계도 단순히 임금 인상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 일정 수준의 사회적 임금 조율에 동의하는 대신 기업에는 AI·로봇 도입 속도를 조절하고 인간 노동과 공존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것을 요구해야 한다. 임금 문제와 고용 문제를 따로 볼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노동운동의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1970~1990년대 노동운동은 연대와 계급적 단결을 강조했다. 그러나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되면서 노동계 내부의 격차도 커졌다.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같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도 결국 임금과 처우의 차이 때문이다. AI 중심의 첨단산업 구조로 갈수록 이중구조는 더 심해질 수 있다. 지금처럼 개별 기업의 이익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면 노동계는 더 이상 사회적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노동계 스스로 이중구조를 해소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고 본다. 노동조합은 이미 기업별 노조 체제에 너무 익숙해졌다. 앞으로는 삼성전자 사례처럼 사업 부문별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더 세분화될 것이다. 양대 노총 역시 대기업 노조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려운 구조다. MZ 노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지금까지 노동조합 활동은 사회적 연대보다 개별 기업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도록 구조가 형성됐다. 그런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에게 갑자기 연대와 상생의 가치로 질타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경영계의 책임은.

△자본에 국경은 없지만 국적은 있다. 개별 기업의 성장은 국가와 분리할 수 없다. 한국 경영계는 개별 기업 차원의 경영전략은 고민하지만 국가 차원의 사회 전략은 고민하지 않는다. 일본 게이단렌(일본경제인단체연합회)은 소비와 산업 기반 유지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을 먼저 언급했다.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 역시 기업 이익뿐 아니라 산업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민한다. 반면 우리 경영계는 상속세 완화나 차등의결권 같은 개별 현안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청년 고용, AI 시대의 노동문제 같은 사회적 과제에 대해 먼저 해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성과급 갈등의 해법을 제안한다면.

△첫 번째는 사회연대기금이다. 성과의 일부를 사회와 나누는 구조를 노동계가 먼저 제안해야 한다. 기업과 노조가 함께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활용하자는 것이다. 기금을 3등분해 3분의 1은 하청·비정규직·실업 청년 지원에 사용하고 3분의 1은 연구개발(R&D)과 전력망·용수 등 국가 전략 투자에 활용하며 나머지 3분의 1은 기업 위기 시 활용할 수 있는 유보 기금으로 적립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산별 교섭도 필요성을 주장하는데.

△노동계는 산별 교섭을 형식적으로 주장하고 경영계는 비용 부담을 우려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기업별 교섭만으로는 노동시장 양극화와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위협하는 고임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일본의 게이단렌과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 사례를 보더라도 산업 차원의 협의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산업별 교섭으로 일정 수준의 임금 조율과 노동 조건 조정이 가능해지면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에 도움이 된다. 경영계가 먼저 제안해도 좋다고 본다.

-노란봉투법 논란은.

△노동법 개정이 산업별 교섭 체계를 정착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졌어야 한다. 같은 업종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함께 논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산업별 공동 교섭 체계가 자리 잡았다면 지금처럼 개별 하청노조의 교섭권을 둘러싼 논란도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었을 것이다.

-성과급 논란이 정년 연장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나.

△그래서 임금 조율이 중요하다. 노동계는 적정 수준의 임금을 요구하고 경영계는 AI·로봇 도입 과정에서 노동과의 공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년 연장 역시 임금 체계 개편 없이 추진하면 기업은 부담을 느끼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빼앗긴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He is…

1964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재학 시절 학생운동을 시작으로 소위 ‘운동권’에 입문했다. 1988년 노동운동의 중심지였던 인천에서 현장 노동자 조직 사업에 참여했다. 민주노총 전신인 전국노동조합협의회 활동을 주도했다. 1995년 민주노총 출범 이후에는 금속산업연맹 조직실장과 사회연대위원장을 지냈다. 노동 양극화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며 2021년부터 맡았던 전태일 재단 사무총장을 강성 노조의 압박에 사퇴했다. 지금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출범한 한국노동재단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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