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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블랙홀’ 깬 AI發 증시 랠리…청년 실업·양극화는 남았다

01.06.2026 1분 읽기

코스피 8000,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원·달러 환율 1500원대.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숫자들이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일인 지난해 6월 4일 2770.84였던 코스피는 1년 만인 1일 8788.38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부동산 공화국’으로 불리던 한국 자산시장의 무게중심이 증시로 옮겨가는 구조적 변화가 본격화했다는 의미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도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 압박 속에서 대규모 투자 카드를 제시하며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반면 코스피 급등에 따른 외국인투자가들의 차익 실현 매도와 중동 정세 불안 등이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를 넘나드는 고환율 국면에 직면했다.

코스피 8000 시대는 단순한 증시 상승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난 1년간 이재명 정부 경제정책의 방향은 ‘진영보다 성장, 이념보다 국익, 부동산보다 증시’로 요약된다. 정부는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대를 확보하고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반도체·AI·바이오·방산 등 첨단산업 육성에 국가 역량을 집중했다. 연구개발(R&D) 예산도 35조 5000억 원으로 확대해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했다.

신정섭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계엄과 탄핵 사태 이후 정치뿐 아니라 경제·사회 전반에 퍼졌던 불안과 불확실성을 빠르게 안정시키며 성장의 토대를 마련한 1년이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성장의 성과가 모든 계층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하위 20% 가구 간 흑자액 격차는 388만 4000원으로 2022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1500원대가 뉴노멀이 된 고환율 역시 물가 상승 압력을 통해 취약 계층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리며 자산시장 호황과 체감경기 사이의 괴리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더욱 심각한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국민성장펀드와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지만 AI와 자동화 확산으로 성장이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청년 일자리 문제”라며 “노동시장 진입 자체를 포기하는 청년이 늘어나는 것은 성장 잠재력을 훼손할 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도 키우게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집권 2년 차를 맞은 이재명 정부의 성패는 성장의 속도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구축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금·노동·교육 개혁 등 구조 개혁 과제가 거론되는 이유다.

이 교수는 “AI 확산은 일을 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미래 노동시장을 예고하고 있다”며 “극단적 대립에 갇힌 정치권을 넘어 사회 각계가 참여하는 미래 담론 공론화 기구를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6·3 지방선거 이후 2028년 23대 총선 전까지 이어지는 약 2년은 이재명 정부의 구조 개혁 성패를 가를 ‘골든타임’으로 평가된다. 신 교수는 “향후 2년은 정치적 부담이 큰 개혁 과제를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이라며 “이 대통령이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과감한 승부를 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2년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지난 1년이 성장의 엔진을 다시 켜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2년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국가 체질을 바꾸는 시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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